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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은 5·18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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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은 5·18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게재 2020-05-26 15:45:32

5월이 돌아왔다. 아직 코로나 19의 위협은 그대로다. 그러나 5.18 민주화운동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보려는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올해가 5.18 항쟁 40주년 기념의 해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디지털 혁명과 국내외 정세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지평에서 5.18정신도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지역 대부분의 공사립미술관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선대학교 미술관, 그리고 이번에 개관한 오월미술관에서 개최된 5.18 기념 전시를 통해 동시대미술이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 논의해보자 한다.

5.18정신을 기억, 치유, 씻김굿의 서사로 형상화하다.

역사를 그려내는 동시대미술의 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역사를 재현한 동시대미술이 잘 만들어진 역사 다큐멘터리보다 어떤 점에서 강점을 주장할 수 있는가? 첫째, 동시대미술은 역사의 객관성과 구체성의 측면에서 보면 다큐멘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가치가 낮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적 사건을 접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강점을 찾을 수 있다. 특정 사건을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사건을 다르게 기술할 수 있고, 이 사건의 기술을 통해 관객들은 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 사건의 주제를 무엇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서사가 펼쳐질 수 있다. 예술가 개인은 각각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주제를 통해 그 사건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형상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 역사적인 사건은 작가 개성을 펼칠 수 있는 무궁무진한 보물창고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동시대미술 작가는 그 서사를 자신의 의도대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적절한 매체와 양식을 사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통일성, 강렬성, 복합성 등의 미적 속성을 작품 속에 부과할 수 있다. 이러한 형식적 요소를 통해 다큐멘터리나 역사서술이 줄 수 없는 작가 자신만의 호소력을 가지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개별 서사를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찾아 해당 작품에 적용함으로써 역사서술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인 관객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게 된다. 동시대미술의 강점은 다양한 시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사건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시대미술의 이러한 특징이 역사를 풍부하게 읽게 만드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다루는 동시대미술 전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역사에 관한 전시가 해당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들을 전시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전시가 해당 역사에 대한 특정한 서사를 보여주려고 했는지, 혹은 그 서사를 통해 전시기획자의 특정한 시선을 전달하려고 했는지가 중요하다. 관객이 해당 전시를 보고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 혹은 특정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면 성공적인 전시라고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전시를 보고, 관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반전을 못 느꼈다면 그 전시는 죽은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전시기획자는 작품 전시를 통해 그 사건에 대해 어떤 시각을 제공할 것인지, 그리고 그 시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스토리텔링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에 선정한 3개의 전시는 모두 역사에 대한 명확한 시선을 표명하고 있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적절한 전시 연출을 하고 있다. 이 세 전시는 전시 형식의 측면에서 모두 다르다. 하나는 5.18 항쟁을 직접적으로 형상화한 회화 작품 전시, 다른 하나는 추상적인 이미지의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전시, 그리고 마지막은 세 개 채널의 비디오 영상 전시이다. 내용의 측면에서 모두 다르다. 하나는 5.18 항쟁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개별적인 기억과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5.18 항쟁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전시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를 통해 갈등과 치유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이고, 마지막 하나는 3개의 영상채널에서 보여주는 씻김굿을 통해 집단 폭력의 희생자를 위로하는 전시이다. 이 전시들은 5.18 등의 역사적 사건들을 각각 기억, 치유, 씻김굿의 개별 서사로 형상화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전 (오월미술관, 2020.5. 6 ~ 2020. 6. 16)

이 전시에서는 주로 5.18 항쟁을 겪은 후 세월이 흐른 뒤 그 기억을 화폭에 옮겨놓은 작품들, 그리고 5.18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작가들의 오월 서사를 형상화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준석, 송필용, 이사범, 박태규, 이기원 작가 등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5.18에 대한 기억 혹은 이미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예컨대 하성흡 작가의 <1980년 5월 21일 발포>(2017)는 작가가 고3 때 실제로 겪은 5월 항쟁 기억을 100호 크기의 거대한 화폭에 수묵과 담채로 깨알같이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작가의 기억 속에 그 사건은 또렷이 남아있다는 점을 웅변하는 듯하다. 한편 5월 항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 속하는 최요안 작가는 <제5열>(2010)에서 구타당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을 신문지 위에 콜라주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5.18 항쟁은 신문 매체가 감당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5.18항쟁을 경험한 작가이든 그렇지 않은 작가이든 5.18항쟁이 지금도 진행 중인 역사라는 점을 다양한 개별 서사로 보여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

<광장: Beyond The Movement>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0. 5. 8 ~ 7. 12)

이 전시는 5.18 항쟁의 상징적인 장소인 5.18 민주광장을 모티브로 하여 그 당시의 사건을 미디어아트로 서사화한다. 유재헌 작가의 <웜홀>(2020)과 정해운 작가의 (2020) 두 개의 미디어아트가 커다란 전시장에 교대로 투사된다. <웜홀>에서 민주광장의 분수대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웜홀 역할을 한다. 6.5미터의 거대한 거울을 통해 강렬한 빛이 투사되면서 관객들은 무한공간에 빠져있는 듯한 환영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5.18의 상처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듯한 치유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 에서는 갈등과 상처를 뜻하는 점과 곡선의 빛 자국이 관객의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서로 유리되어 있지만, 결국에는 관객들과 하나로 뭉쳐서 화려한 꽃잎으로 변한다. 관객들은 광장 분수에서 광장 전역으로 흘러내리는 꽃잎들의 범람을 통해 진정한 치유와 화해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5.18 40주년 특별전

<트라우마, 치유를 향한 모색> (조선대학교 미술관, 2020. 5.18 ~ 6. 29)

이 전시에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진정한 치유는 아픔을 공감하는 공동체에서 출발한다는 취지에서 박찬경 작가의 <시민의 숲>과 송상희 작가의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를 선보인다. 이 두 개의 미디어 작품은 오월 항쟁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이 작품들은 국가나 집단 이데올로기로 희생된 많은 억울한 죽음을 위한 씻김굿이자 진혼곡이라고 할 수 있다. 박찬경 작가의 <시민의 숲>에서는 이름 없이 희생된 민중들을 자신과 같은 처지의 민중들이 자신들만의 굿 형식으로 애도하고 있다. 송상희 작가의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에서는 국가나 집단의 안정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상황 속에서, 혹은 자연재해나 경제 위기 등의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다시 살아나는 '아기'의 서사를 통해 종말과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두 작품은 집단 폭력에 의해 얻은 트라우마를 공동체가 공유하는 전통 서사에 의지하여 치유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장민한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 전공 교수)

광장-Beyond the Movement 전시장 전경(C) 2020.세경
광장-Beyond the Movement 전시장 전경(C) 2020.세경
광장-Beyond the Movement 전시장 전경(C) 2020.세경
광장-Beyond the Movement 전시장 전경(C) 2020.세경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_전시장2 (C) 2020.세경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_전시장2 (C) 2020.세경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_전시장2 (C) 2020.세경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_전시장2 (C) 2020.세경
박찬경_시민의숲 _3채널 비디오_ 2016 (c) 2020.국립현대미술관
박찬경_시민의숲 _3채널 비디오_ 2016 (c) 2020.국립현대미술관
박찬경_시민의숲_3채널 비디오_2016(C) 2020.세경
박찬경_시민의숲_3채널 비디오_2016(C) 2020.세경
박찬경_시민의숲_3채널 비디오_2016(C) 2020.세경
박찬경_시민의숲_3채널 비디오_2016(C) 2020.세경
박찬경_시민의숲_3채널 비디오_2016(C) 2020.세경
박찬경_시민의숲_3채널 비디오_2016(C) 2020.세경
최요안_제5열, 신문에 콜라주&유채-2010 (C) 2020.예술문화연구회
최요안_제5열, 신문에 콜라주&유채-2010 (C) 2020.예술문화연구회
최요안_제5열_신문에 콜라주&유채_ 2010 (C) 2020.예술문화연구회
최요안_제5열_신문에 콜라주&유채_ 2010 (C) 2020.예술문화연구회
하성흡_1980.5.21 발포 후_2017 (C) 2020.예술문화연구회
하성흡_1980.5.21 발포 후_2017 (C) 2020.예술문화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