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염철훈>미래세대에게 돌려주는 광주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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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염철훈>미래세대에게 돌려주는 광주천의 모습
염철훈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근활동가
  • 입력 : 2020. 08.02(일) 14:27
  • 편집에디터
염철훈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근활동가
어렸을 적 여름이 찾아오면 시골 할머니 댁 앞 냇가에서 할머니와 물놀이를 했다. 할머니는 그때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하시면서 노래를 들려주셨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지만, 집 앞으로 흐르는 광주천을 보며 옛 추억을 꺼내어 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광주천은 무등산에서 발원하여 시가지를 가로질러 극락천과 합류하여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영산강의 제1지류하천이다. 광주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광주천은 국가하천으로 승격되었다. 광주시에서는 올해 7월부터 2022년까지 광주천을 대상으로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사업'은 광주의 3·1만세운동이 광주천변을 따라 아리랑 노래를 부르며 시작되었다 하여 그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붙였다. 이 사업은 수량 확보, 수질개선, 친수 공간 조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생태·친수적 휴식공간을 확보하고, 나아가 광주천과 연계한 특색 있는 관광·문화 콘텐츠 발굴 등을 통한 관광벨트까지 조성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임은 틀림없으나 아쉬운 부분이 크다. 지난 30여 년 간 진행되어왔던 광주천 관련 사업들에 대한 성과나 한계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며 여전히 광주천을 외형적·미적으로 가꾸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사실상 광주천은 끊임없이 환경정비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문제에 부딪혀 근본적 수질개선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기 보다는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와 용수를 확보하거나 여름철 수량부족에 따른 악취문제를 막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처해 왔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광주천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되면서 하천 재정비를 대대적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 등 근본적 문제 해결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광주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뜨겁다. 나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발 담그고 친근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심하천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더 이상 미뤄왔던 수질 개선, 지하수 확보 등 보다 원천적인 문제의 해결을 외면한 채 단기성 사업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물론 도심하천 특성상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접근하는 공간임을 감안한다면 문화시설, 편의시설 조성 등에 대한 부분을 피할 수 없지만, 어떤 경우에도 광주천은 미래세대에게 돌려줘야 할 광주의 소중한 유산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모습의 광주천을 미래세대에게 돌려주어야 할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감히, 미래세대가 바라볼 광주천의 모습은 이랬으면 한다.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광주의 유일한 도심하천으로서 바람길이 되어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충해주는 곳, 맑은 물이 흘러 아이들이 언제든지 안심하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 인공적으로 유량을 확보하지 않고도 맑은 물이 흐르는 물순환 도시의 요추가 될 수 있는 곳, 그리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생태적 문화공간으로서 시민들이 쉬어가고, 아이들의 꿈을 자라게 하는 곳. 달빛 아래 수달 가족이 즐겁게 놀다가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