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민원 넣었는데…" 대형사고 오명 '지방도 8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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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10년간 민원 넣었는데…" 대형사고 오명 '지방도 805호'
급커브에 가드레일 등 안전시설도 전무 ||여건 맞지 않는 기하구조도 사고 부추겨||“관광지 중요 도로… 구조 재정비 해야”
  • 입력 : 2020. 08.06(목) 16:18
  • 최황지 기자

지난 6월 23일 트럭 전복 사고가 발생한 지방도 805호선. 가드레일이나 교통안전표시판, 가로등 등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해 줄 장치가 전혀 없다.남상진 이장협의회장 제공

지난 7월 신안군 지도읍에서 발생한 SUV 차량 전복사고가 발생한 지점. 이곳에는 사고 차량의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도로가 꾸불꾸불하고 위험해서 언덕 밑으로 추락하면 무조건 사망사고에요. 한 번에 세 사람이 목숨을 잃었잖아요. 최소한 가드레일이라도 설치를 해놨다면 주민들이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신안군 지도읍 내양리 973번지. 지난 7월21일 오전 8시29분께 SUV 차량이 전복됐다는 주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전날 오후 10시께. 가로등 없는 깜깜한 시골길을 운행하던 이 SUV는 급커브길에서 노선을 이탈, 그대로 추락했다. 바로 밑엔 농수로가 흐르는 위험한 구간이었지만 가드레일, 교통 안전표시판, 가로등 등 어떤 안전장치도 없었다. 결국 이 차량은 다음날 오전이 돼서야 인근을 지나던 주민에 의해 발견됐지만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 2명은 목숨을 잃었다.

지도읍에 사는 주민들은 이날 발생한 사망사건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웃에게 발생한 대형 악재는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기 때문이다. 남상진 마을이장협의회장은 "지방도 805호선의 위험성을 개선해달라고 지난 10년간 민원을 넣었다"며 "도로가 예전 시골길 그대로 존재하는 데다 안전장치도 없어 크고 작은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 데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SUV 전복 사고 지점 이외에도 지방도 805호선은 위험성이 항상 내재돼 있다. 지난 6월 23일에 지방도 805호선 1019-4번지 일원에서 급커브길에서 도로를 이탈한 트럭이 추락했고 운전자는 중상을 입었다. 이곳에도 가드레일 등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해 줄 장치는 전무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방도 805호선에서는 매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만 이곳에서 발생한 사고는 사망사고 한 건을 포함, 중상사고 2건, 경상사고 5건 등이 일어났다.

지방도 805호선은 무안군 해제면부터 신안군 장산면에 이르는 도로로 지난 1995년 정부의 도로망 일제정비 계획으로 지방도로 승격됐다. 그러나 승격 이후에도 지방도 구조여건에 맞지 않는 도로 기하구조를 갖고 있지 않아 안전상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신안군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현재 지방도 805호선은 도로의 구분에 따른 속도 설계 기준이 달라 자동차 주행의 안전성과 효율성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향후 설계속도 60㎞/h에 준하는 도로선형과 폭원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방도 805호선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게다가 지방도 805호선은 신안군의 주요 관광지와 연결되는 중요 도로로 지도, 증도, 자은, 암태, 팔금, 안좌 등으로 향할 수 있다. 특히 도로를 관통하는 주요 관문에는 자은도의 둔장해수욕장, 백길해수욕장, 분계해수욕장, 다도해의 자연휴양림 등이 있으며 반월박지도의 퍼플교도 등 주요 관광지가 다수 위치해 있다.

더욱이 지난해 천사대교가 개통한 뒤로는 차량이 주말 하루 평균 1만6000대가 이동하는 상황에서 천사대교와 만나는 지방도 805호선이 여전히 부실하게 남아있어 주민들의 걱정도 커져가고 있다.

신안군의 한 주민은 "천사대교 개통 이후 차량 소통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도로폭이 매우 좁고 안전시설이 미흡해 도로 인근에 사는 마을 주민들은 위험에 노출됐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우려와 관광객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신안군도 지방도 805호선 정비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군은 현재 도로사업 시행기관인 전남도 도로관리사업소에게 도로 구조개선사업 재정비를 건의했다.

전남도 도로관리사업소는 행정안전부가 수립한 '위험도로 구조개선 중장기 계획'과 별도 도비가 투입되는 '굴곡 위험도로 구조개선 사업'을 시행, 신안군 내약 3개 지구를 대상지에 포함시켰다. 최근에 SUV 차량 전복사고가 일어난 지도읍 내양리도 대상지다.

전남도 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예산 규모로 인해 지방도 일제 정비는 무리가 있다"며 "신안군이 건의한 지점들은 해당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방문해 도로 기하구조, 교통사고 건수 등 항목별 평가점수를 산출한다. 이후 투자 우선순위를 정한 뒤 5년, 10년 단위로 나눠 정비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글·사진=최황지 기자·신안=홍일갑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