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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쓰레기된 배추… 폐기할 돈도 없어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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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쓰레기된 배추… 폐기할 돈도 없어 '울상'

해남군 황산면 배추농가 가보니
절반 못 건져… 가격 반토막 '한숨'
원가 안나오는데 폐기비용만 부담
"지원 ·가격 안정 등 근본 대책 절실"

게재 2021-01-20 17:21:53
20일 전남 해남군 황산면 춘정리의 한 배추밭에서 배추 처리를 위해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밭을 정리하고 있다.
20일 전남 해남군 황산면 춘정리의 한 배추밭에서 배추 처리를 위해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밭을 정리하고 있다.

"동네 밭이란 밭은 사방천지 쓰레기장이 돼부렀제. 원가는커녕 밭을 갈아엎을라믄 오히려 생돈 들여야 하는 통에 포기하고 냅둬버리는 이들도 부지기수여."

이달 초 전국을 덮친 북극 한파로 전국 겨울배추 최대 원산지 해남군의 배추농가들이 신음하고 있다. 심한 경우 본전은커녕 폐기 비용 부담에 밭을 방치하고 있다.

20일 찾은 해남군 황산면 춘정리의 한 배추밭.

마을 초입에 다다르자 배추밭이 끝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넓다. 가까이 다가서니 속을 채운 배추가 하나같이 성한 것이 없다. 꽁꽁 얼어있거나 이파리가 말라 노랗게 변색한 배추뿐이다. 상태가 나아 수확했다는 밭에도 반 넘게 뜯어진 이파리가 가득하다.

최근 한반도를 강타했던 '북극 한파' 탓이다.

민태홍(68)씨는 "70 평생 이런적은 없었다"고 한숨지었다. "배추가 겉보기에는 푸른색이지만 까보면 심까지 얼어붙었어. 날이 풀려 녹으면 물이 질질 흐르면서 흐물흐물해져 상품 가치도 전혀 업제." 그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지난해 9월 전국을 덮친 폭우가 '전조'였다. 민씨는 "여름 물난리에 배추 심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손해가 누적됐다"고 했다.

이번 북극 한파는 '설상가상'격이다. 민씨는 "안 그래도 배추 질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고 있었는데 한파까지 겹치면서 최악이 됐다"고 했다.

손해가 막심하다. 한 푼도 못 건진 이들도 널렸다고 했다. 민씨는 "1500평은 상인에게, 2000평은 절임배추로 팔았다. 5000평은 정리해서 저온창고에 보관한 상태"라며 "수확해도 손해라 공짜로 넘긴 게 5000평이다. 나머지 8000평 이상은 아예 망해 방치한 상태"라고 했다.

또 "작년에는 100평에 130만원 선으로 작황이 괜찮았는데, 올해는 계약재배 기준 100평에 6~70만원 선이었다"면서 "그마저도 품질 문제로 10~30%까지 깎였다. 그런데도 팔기만 하면 잘 팔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라고 했다.

농민들의 걱정은 또 있다. 배추를 폐기하고 밭을 정리하는 비용 때문이다. 대부분이 비용 부담에 밭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민씨는 "100평 걷어내는데 30만원은 들어간다. 어차피 팔지 못할 배추,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안겨줘야 할 판국"이라며 "면사무소에서 피해조사를 마친 뒤 보상해준다고 하는데 언제 마치는지도, 얼마가 나올지도 몰라 답답하다"고 했다.

지역에서는 손해를 얼마간이라도 회복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농민들과 원활히 소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효수 전국배추생산자협회장은 "군에 알아보니 재해보상이 100평에 22~23만원 선일 것으로 보이는데, 폐기 비용에 턱없이 모자라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이번 손해도 손해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들쑥날쑥한 배추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한 대안도 함께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현재 읍·면 단위에서 신고를 받아 마을별로 현장을 나가면서 피해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주말에 또 추웠던지라 상황을 보면서 다음 주까지 통계를 종합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