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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 자조와 자강 토대로 '국가 통합' 이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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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 자조와 자강 토대로 '국가 통합' 이뤄내야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44)아프간 사태가 주는 교훈

게재 2021-11-22 13:02:51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지난 8월15일 탈레반의 전격적인 아프간 정권 탈환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탈레반이 그토록 신속하게 수도 카불을 점령할 줄은 미국 정보기관조차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올해 9·11 테러 20주년을 맞이한 국제사회는 아프간 사태의 전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국토의 90%를 장악하며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Islamic Emirates of Afghanistan)'을 운영한 탈레반은 9·11 테러 직후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붕괴된바 있다. 이들은 올해 미국의 아프간 철군 상황을 틈타 20년만에 권토중래에 성공한 것.

아프가니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앙에 있는 내륙국으로 동서양의 접점이고 대륙과 해양의 중간지대라는 점에서 지정학적인 요충지다. 먼 옛날 중국 실크로드의 통과지역이고 러시아의 남진 코스이며 이란을 거쳐 중동으로 가는 관문이다. 이런 까닭에, 아프가니스탄은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의 침략을 받았고 13세기에는 몽골 제국의 지배를 당한바 있다. 19세기 들어 제국주의 세력이던 영국이, 20세기에는 소련 및 미국이 침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세력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지형과 열악한 기후조건, 토착세력의 저항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소련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여 10년간 지배하지만 미국이 지원하던 저항세력(무자히딘)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1989년에 철수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의 아성이 되었는데 당시 탈레반은 오사마 빈라덴이 이끌던 알카에다와 연계한다. 탈레반 치하에서 여성 인권은 말 그대로 질식 상태였다. 여성들은 온몸을 완벽하게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해야 했고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의해 외출이나 교육도 규제되었다. 그러나, 알카에다에 의한 9·11 테러 이후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 미국은 오사마 빈라덴을 넘겨줄 것을 탈레반에게 요청하나 거절당한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던 미국은 알카에다 소탕을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에 선전포고한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그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며 30만 명의 아프간 군대와 경찰을 육성하고 최첨단 무기를 제공하였다. 미국이 아프간에 쏟아부은 비용은 적게 잡아도 1조 달러 수준이란다. 아프간 지도층의 분열과 부패, 군대 기강해이 등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미국의 국내여론 악화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2월 탈레반과 직접 협상하여 올 5월 1일까지 미군을 철수하기로 합의한다. 올해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도 "아프간 정부군이 자신의 나라를 지키지 못하거나 않는다면, 미군이 1년 또는 5년 더 주둔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공식 결정한다. 과거 영국, 소련에 이어 미국도 철수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이 '제국의 무덤'이라는 사실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 탈레반의 재등장으로 기본적 인권, 특히 여성 인권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재현되고 있다. 한국 등 절대다수의 외국 대사관도 이미 철수한 상태다. 미국이 철수한 상황에서 접경국 중 하나인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접근하고 있다. 전략적 요충지인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탈레반의 재등장으로 글로벌 테러리즘이 부활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2007년 분당 샘물교회의 선교단 20여 명이 우리 정부의 여행금지 조치를 어기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다가 탈레반에 납치되어 2명이 살해된 사건이 기억난다.

한국은 NATO와 함께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아프간 지원 활동에 동참해오고 있다. 지난 20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입하여 병원과 직업학교 등을 지원하였고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동의부대와 다산부대를 파병하였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재건회의에 계속 참가하는 등 국제기여국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프간 사태의 교훈은 우방국이나 동맹국이 아무리 도와주려 해도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는 경우 외부의 도움은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자조와 자강의 중요성을 재삼 생각해본다. 작금의 아프간 사태는 70년대 초반의 베트남 사태와도 유사하다. 두 사태의 공통점은 지도층의 부패와 국론의 분열이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은 백선엽 장군의 진두지휘 하에 낙동강 전선에서 결사 항전하면서 파죽지세의 북한군을 영웅적으로 막아냈다. 이를 알게 된 미국과 유엔은 195만 명에 달하는 대군을 파병하여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준바 있다. 진영 간 자기파괴적인 대결을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국가통합을 이뤄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나아가야 할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