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답정너', 무투표…지방정치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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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답정너', 무투표…지방정치 안녕하신가요
  • 입력 : 2022. 05.29(일) 18:05
  • 이용규 기자

정치지형 특정정당 '경선=본선 '

광주전남 지선 무투표 당선 68곳

참정권 박탈에 공천 심사도 부실

국힘·정의·진보당 의회 진출 관심

30년간 독점지배에 대한 근본적 물음

지역기반 이슈정당 허용 등 법개정을

  6월1일 전국 동시지방선거 1차 승부처인 사전투표가 끝났다. 각 후보와 캠프에서는 지난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기에 총력전을 펼쳤다.격전지를 제외하면 상당수 광주전남의 선거판은 김빠진 맥주처럼 싱거운 모양새다. 단연 광주전남에서 기초단체장 3곳을 포함해 민주당 소속 68명이 광역·기초의원에 무투표 당선된 점과 무관치 않다. 우리 가족도 사전투표 전날 구청장과 시의원 후보 공보물이 빠져 적잖이 황당했다. 구청장이야 경선 관심지역이어 무투표 당선을 알았지만 시의원의 경우 아파트 벽 선거 포스터에도 없음을 알고서야 선거가 없음을 알게됐다. 구청장과 시의원까지 무투표 당선, 허탈했다. 마르고 닳도록 특정 정당의 지방권력 독식 앞에서 할 말을 잃게 한다.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한 무투표 당선인을 맞아들여야하는 심정은 복잡하다. 과연 당선인의 실력이 출중한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광주전남의 민주당 우세가 만들어낸 정치공학에 충실한 결과일뿐이다. 민주당 권리 당원과 10% 응답률도 나오지 않았던 시민 참여경선 방식으로 확정된 후보가 유권자에게 수인사 한번없이 당선증을 받는 것은 너무 부조리하다. 더 어이없는 것은 광주전남 무투표 당선 광역의원 37명 중 음주운전, 주거침입 절도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과자가 9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시·도당에서는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춰 후보를 검증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일텐데 말이다. 공직을 맡기엔 부적합한 이들이 버젓이 공천을 받아 그것도 무투표 당선, 이건 아니다 싶다. 본선에 오른 후보는 또 어떠했는가, 이러고도 표를 찍으라 지역민에게 들이미니 보통 강심장에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답정너',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비아냥을 지방자치가 부활될 때부터 지금까지 들어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다. 민주당의 오만함에 거품을 물고 비판하나 끔쩍않는 권력 독점의 심화에 질릴 정도다. 시·도 광역단체장은 27년간 민주당 불패다.

 이번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이 영남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영호남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특정 정당의 득세로 영남은 빨강, 광주전남북은 청색이 장악했다. 그래도 영남에서는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에서 민주당 소속 12명이 무혈입성한 것을 보면 광주전남의 1당화가 심각함을 알수 있다. 이런 정치 지형이 누구에게는 기댈 언덕이지만, 누구에게는 넘지 못할 벽이다. 그 사이 민주당의 지방정치 독점은 경선이 본선인 비상식적 관행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지역위원장 앞 줄세우기 경쟁, 권리당원을 미끼로 한 선거꾼 활개 등 이면의 그림자도 깊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국민의힘 현수막 훼손 사건은 기회만 있으면 이를 선거 전략화하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영리함과 기민함에서 어떻게든 호남의 문을 열어보려는 열정도 읽혀진다. 받아놓은 밥상을 앞에 두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사만 잘하면 당선된다는 민주당 후보들과는 전혀 대조적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게임에서도 관전 포인트는 있다. 우선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득표력이고, 다음은 무소속 연대 파괴력과 국민의힘, 정의, 진보당 등의 지방의회 입성 여부다.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민주당 강기정·김영록 시·도 후보나 국민의힘 주기환·이정현 후보의 관심 사항은 득표율이다. 꿩잡는 것이 매듯, 득표율은 중앙정부를 상대하는 든든한 힘이다.

  강기정 후보의 경우 야당 소속으로서 중앙 정부에 말발이 먹히기 위해선 높은 득표율이 관건이다. 전국 평균보다 낮은 전국 최저를 기록한 광주지역 사전투표율이 신경쓰인다. 주기환 국민의힘 후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막역한 사이를 과시하며 예산 폭탄론으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그의 대 정부 접속 능력도 결국 그가 얻은 표 숫자에서 나오니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전남도지사 재선에 나선 김영록 후보는 전국 득표 1위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민주당 경선없이 본선 링에 오른 그로서는 당 지지율을 감안하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다. 그렇다고 상대인 이정현 후보를 외면할 처지도 못된다. 박근혜 정부 당시 민주당 아성인 호남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금배지를 단 저력이 있는 후보라서 김 후보 입장에선 녹록지만은 않다. "전남을 확바꾸겠다"고 열변을 토하며 풀어내는 그의 호소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득표 전략에서 후보자의 간절함이 주요 요인이라고 볼 때 혼신을 다하는 선거운동은 도민들에게 어필하는 중요 포인트일 수 있다.

 유권자에게 최고의 행복은 누굴 선택하는데 있다. 눈치보지 않고 행사할 수 있는 절대적 권리다. 원론적이긴 하나 지방 일꾼 자격론에 대해 몇가지 들 수 있다.

 우선 일 머리를 알고 책임감, 지역에 대한 애정과 청렴성이 중요하다. 지역 현안 파악과 대책과 방향도 주요 사항이다. 예산 확보 방안과 실행 계획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리더의 창의력과 도전 정신도 반드시 따져야할 항목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없어 유감스럽지만 후보자 모두 능력을 갖췄다고 하니 대단한 이들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같다.

 이틀 후 전국 지방선거 상황판에 광주전남은 거의 청색으로 칠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무소속 후보와 국민의힘, 정의당, 진보당 등의 선전에 따라 청색의 면적은 다소 줄어들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로 태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30년동안 지방정치 세력은 그대로인 채 바통터치 하듯 인물만 바뀌는 현실을 목도한 채 지방선거의 대단원의 막은 내릴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의원 중대선거구제, 정당공천제 폐지 등 다양한 의견을 놓고 특정 정당 독식을 깨는 유권자 중심의 정치 개혁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정치 개혁 대안으로 지역에 기반을 둔 이슈 정당을 허용하는 정당법 개정도 더 미룰수 없다. 지방자치에서 언제까지 중앙 정당들이 지배해야 하는가? 안녕하지 못한 광주전남 정치에 대한 경종을 울릴때다. 유권자가 누릴 최고의 행복, 선택의 권리를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말자. 마음이 서면 행동으로.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