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2> 먹을 것 풍부 전세계 희귀 철새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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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2> 먹을 것 풍부 전세계 희귀 철새 보금자리
갯벌, 세계자연유산 2)세계 유산 갯벌 특징 ||수심낮고 조차커 유기 퇴적물 발달||갯지렁이·낙지 등 2169종 서식||매립·간척으로 백합 서식지 사라져||매년 1000만마리 이상 물새 찾아 ||갯벌 생태계 건강성 및 생태관광 숙제
  • 입력 : 2022. 06.19(일) 15:54
  • 이용규 기자

세계자연유산인 한국의 갯벌은 육상에서 유입된 영양 퇴적물이 잘발달돼 칠게 등의 서식지다. 새들의 맛있는 식당으로 여길만큼 서남해안 갯벌은 매년 희귀 물새들이 이곳을 찾는다. 신안 압해도를 찾아온 큰뒷부리도요새들. 신안군 제공

우리나라 서해안은 수심이 낮고 파도의 차인 조차가 크다. 서해안 조차가 최대 9m인데 반면 동해안 조차는 30㎝에 불과한 사실에서 이를 잘 설명한다.

이런 지질 조건에서 형성된 서남해안 갯벌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명실상부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계자연유산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해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는 것이다.

이 규정대로 신안갯벌과 보성순천갯벌 등 한국의 갯벌은 기본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온 인류가 공동의 책임하에 잘보전해야 할 대상임을 뜻한다.

세계자연유산은 단독지역이 아닌 신안갯벌·보성순천·고창갯벌·서천갯벌 등 복합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유산 구역의 총 면적은 12만9346㏊다.

18년 전국 갯벌 면적 조사 결과

이들 지역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은 지형지질·생물생태학적 과정·생물 다양성 및 멸종위기종 등 기준에 따라 생물 다양성이 우수하고 보호구역 지정의 결과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 갯벌은 해양보호 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해양 생태계·해양경관 등 특별히 보전할 필요가 있어 국가 또는 지자체가 지정한 것이다.

세계의 유산인 한국의 갯벌은 황해의 남동쪽에 있는 한반도 해안을 따라 이뤄졌다.

대한민국과 북한·중국에 둘러싸인 황해 주변의 중국 황하·양자강·압록강·대동강·한강·금강·영산강에서 유입되는 많은 퇴적물이 조류에 의해 방대한 갯벌과 모래갯벌이 형성된 것이다. 금강과 영산강의 경우 두 강에서 1년동안 연평균 10㎦ 퇴적물을 서남해안에 공급하고 있다.

퇴적물은 갯벌의 안정적인 퇴적의 장소이자 보관소로 기여한다. 이 갯벌들은 육지에서 유입된 대량의 영양염으로 인해 기초 생산량이 전세계 대양의 2배 이상으로 2169종에 달하는 생물들의 보금자리다.

먹을 것이 풍부하다보니 이 곳에는 1000만마리 이상 물새들이 찾고 있다. 무리중에는 전세계 300~600개체 밖에 남지 않은 넓적부리도요새의 출현도 계속돼 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뿐만 아니라 마지막 보전지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갯벌에서는 퇴적물의 유기물을 먹고 사는 갯지렁이류·소형 고둥류·조개류·칠게가 대표적으로 서식하고 있는데, 이들의 포식자는 낙지와 물새류이다.

기는 놈위에 나는 놈을 보듯 갯벌 생태계의 미세한 먹이사슬 구조를 엿볼수 있어 흥미롭다.

낙지는 서남해안을 대표하는 무척추 동물이다. 칠게를 선호하는 육식성 최상위 포식자로서 전제 군집을 조절하는 핵심종이다. 펄속 1m정도 깊이까지 굴을 파고 사는 낙지는 펄속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교란활동을 통해 다른 갯벌 생물의 서식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생태공학자 역할을 한다.

낙지는 지역민과 경제·사회·문화적으로도 긴밀하게 연결된 상징적 생물종이다. 지역 주민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수산물로 신안 갯벌에서 어획량은 매년 600톤 정도다.

낙지는 살아있는 통째 먹기도 하고 산 채로 잘게 썰어서 쇠고기와 섞어 '탕탕이'로 먹기도 한다. 또한 불에 구워먹기도 하고 탕을 끓여 먹는 등 지역의 먹거리 문화를 발달시켰다.

무안과 신안의 낙지축제와 무안 기절낙지 태안 박속낙지 등이 그것이다. 바지락과 백합 역시 서해안 갯벌을 대표하는 어패류이다.

백합주산지는 전북 부안 옥구 지역으로 지금의 새만금 방조제 안쪽 갯벌과 영광과 광양만, 충남 아산 ·당진·서산, 경남의 하동 등이다. 그런데 백합 서식지는 대부분 매립돼 공장이 들어서거나 농지로 변했다. 경기도는 시화호와 화홍호 간척 사업, 충남은 아산만 서산 간척사업, 전남은 백수 가음만 간척 사업으로 서식지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부안 군산 일대 백합 서식지도 새만금 간척으로 없어졌다.

갯벌 환경의 수난속에서도 서남해안 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에서 중요성이 커졌다. 새만금 간척 이후 기착지를 잃어버린 물새들은 인근 고창갯벌과 서천갯벌을 이용하고 있어 멸종위기종 다양성 보전에 채식지와 휴식처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 목록에 포함된 저어새·알락꼬리마도요·검은머리물떼새·청다리도요사촌 등 27종을 포함한 137종의 생존에 필수 지역이다. 이 갯벌에 둥지를 틀고 있는 서해 비단고둥·옹좁쌀무늬고둥·칠게 등은 물새의 장거리 비행을 위한 체력 비축에 양식이 되고 있다.

풍부한 생물다양성은 인간의 삶에도 중요하다. 갯벌이 인근의 주민들에게 어패류·해조류 채취를 통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식량자원을 공급하고, 공동체 삶의 터전으로서 전통문화를 발전시키는 자양분을 제공했다. 이는 인간이 삶의 터전인 갯벌을 단순하게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립, 간척 등을 해온 것과도 맥이 통한다.

갯벌 매립이 시작된 고려시대부터 1999년 습지보전법제정으로 대규모 농어업사업 간척 포기를 선언할 때까지,1918년 현대적 지도 작성이후 전체 갯벌의 4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남해안 갯벌은 공유수면 매립법과 1차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간척사업 본격 추진으로 많은 면적의 갯벌이 소실됐다. 80~90년대 새만금과 시화호 등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시화갯벌 200㎢, 새만금 갯벌 208㎢가 줄어 들었다.

갯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로 인해 간척과 매립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갯벌의 생태학적 가치는 2012년 기준 1㎢당 69억원이었다.

앞으로 갯벌의 가치 증대와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서 생태계 건강성과 체계적 관리 보전 이용 등으로 전환이 숙제로 놓여있다.

생물 채취 등 체험 방식에서 생태교육 및 생태관광에 대한 모색이 뒤따라야 한다. 갯벌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와덴해의 생태관광은 좋은 사례이다.

와덴해를 찾는 연간 방문객은 1000만명에 달하고 이들의 평균 체류가 8~10일 정도로 주민 수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다. 분명한 것은 독일에서 가장 낙후된 어촌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지역경제가 돌아가는 곳으로 탈바꿈한 점이다.

물론 생태환경 보전 노력과 주민 교육과 참여 등이 어우러진 결과이다. 관련 사례는 차츰 이 난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전승수 전 전남대교수는 "앞으로 생태 관광은 어촌과 어촌 문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다고 산업화는 아니다"며 "서남해안 갯벌이 지속가능하고 지역민에게 교육과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해법찾기에 고민할 때다"고 했다. 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