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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과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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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과 품격

도선인 사회부 기자

게재 2022-07-07 16:09:07
도선인 기자
도선인 기자

사실, 공정, 취재원 보호, 객관성, 공익적 측면에서 알권리…. 그 어떤 때보다 윤리적 보도원칙이 기자에게 요구되는 시대다. 여러 사건, 사고 현장을 취재하는 사회부 기자인 나로서는 보도 내용과 취재 과정에서 품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바꿔 말하면, 자칫 보도 사안이 가십거리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가? 단어 사용과 사건, 사고의 묘사가 직접적이고 선정적이지 않은가? 날이 갈수록 보도의 신중함을 기하도록 요구하는 저널리즘의 책무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기사를 쓰면서 '자살', '몰래카메라', '즉사' 등의 단어를 지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식 밖의 대형 사건, 사고 현장은 늘 취재 광풍이 분다. 기자 개인의 윤리관과 양심 그리고 전통적 저널리즘 보도원칙을 절대적으로 적용하기에 광풍이 부는 취재현장은 버라이어티하다. 절대적인 윤리관을 다 지켜가면서 한 사건에 수천 건, 수만 건의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 광풍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나의 고민은 '기자는 참여자인가 관찰자인가'라는 저널리즘의 오랜 논쟁과 직결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을 떠나고 실종된 조유나 양의 일가족이 완도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조모씨는 폐업했고 2억원대의 빚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가상화폐로 인해 손실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마지막 행적으로 '물 때', '루나 코인', '익사 고통' 등 인터넷 검색어도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으며, 차량의 기어가 P에 있어 사고사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 시신의 상태가 부패가 심하다는 경찰의 멘트 하나하나까지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아이를 살해하고 극단선택을 한 이들의 사정이 허망하면서도 안타깝다. 언론의 품격을 생각했던 걸까. 기사를 준비하면서 전남일보 사회부는 자살이라는 표현을 극히 자제하고 고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최종적으로 장례 기사를 싣지 않았다. 현장취재에서도 조모양이 다녔던 학교는 배제했다.

학동 참사가 그랬고,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그랬다. 이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사고 현장에서 사회부원들은 쉬지않고 움직였다. 그런데 이번 일가족 실종사고는 웬일인지 모든 이야기가 주저됐다. 공익적 측면의 알 권리랍시고 어두운 시대상을 보여주는 일이 오히려 독자에게 피로감과 상실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광풍이 부는 취재현장은 뒤돌아서면 늘 허망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