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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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YG엔터테인먼트
  • 입력 : 2015. 09.10(목) 00:00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에만 대중이 반응한다. 진짜 제대로 된 공연, 확실한 콘텐츠를 보여줘야 관객들이 다시 오고 이게 신뢰로 누적되어야 K팝이 산다. 결국 가수들의 공연이란 게 팬들이 돈을 내고 티켓팅을 해서 들어오는 건데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고 나가야 되지 않겠는가"(임진모 'YG는 다르다')

90년대 초 최고의 문화 아이콘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로 활약하다 해체 후 음반제작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해 현재는 국내 3대 기획사의 하나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YG')를 일궈낸 양현석 사장이 한 말이다.

지금 보면 처음부터 그는 늘 성공만 하였을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겠지만 그에게도 뼈아픈 실패의 과거가 있었다. 음반 제작자로서의 초기 그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벌었던 돈을 모두 쏟아 부어 힙합(hip hop) 가수를 데뷔시켰는데 참패를 하고 명예와 돈, 대중의 신뢰를 모두 잃은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실패한 이유가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음악성을 높이려고만 했지 정작 대중과의 교감에는 다소 소홀하였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항상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철저히 추구하면서 승승장구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지금의 YG는 음악시장 뿐만 아니라 패션,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으로부터 약 820억원(8천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것을 보면 해외의 저명 패션그룹에서도 YG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YG가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사례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안무제작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유투브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입력하면 조회 수가 뜨는데 24억건이 넘는다. 아직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YG가 강남스타일의 안무를 구성할 때 전국의 내로라하는 안무가들에게 상금을 걸고 안무 아이디어를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작품을 만들어 내니 얼마나 멋지겠는가? 그 안에는 198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말춤도 들어갔는데 개인적으로는 강남스타일의 성공에는 이 '말춤'이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수요자의 입장에서 대중성을 끌어 올린 것이 대박에 일조한 것이다.

아울러 해외언론에서도 "YG 아티스트들은 다른 K팝 아티스트와 확연한 차이점을 보여준다. 빅뱅의 지드래곤, 2NE1의 씨엘은 세계 패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고 뉴욕, 파리의 런웨이 맨 앞줄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YG 소속 가수들의 독특한 개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이것도 YG 성공의 열쇠인 것이다.

이와 같이 대중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YG의 전략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에 원용하면 어떨까? 문화전당은 2006년부터 10년간 80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쏟아 부어 규모면에서 단연 국내 최대 복합문화시설로 지어졌다. 그리고 지난 4일 부분 개관했다.

언론에서는 "광주라는 지방에서 이 거대 시설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도 컸던 게 사실인데 개관 첫날 공개된 콘텐츠들은 이런 그간의 걱정을 불식시킬 만큼 잘했다"고 평가하였다. 문화전당측에서도 "상업적이 아닌 동시대 예술에 특화했지만 거의 대부분 공연이 매진돼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문화전당은 앞으로 콘텐츠를 차곡차곡 채워 넣어 공식적으로 전면 개관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단견으로는 적어도 콘텐츠가 재미있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YG가 신곡을 발표하면 '뭔가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를 갖게 되는데 문화전당에 가면 '뭔가 특이한 게 있을 것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면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을 꼭 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콘텐츠를 보고자 함일 것이다. 관람 후의 감동이 거기까지 가는 데 소요된 시간, 비용 및 노력을 초과하기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다.

앞으로 광주를 방문한 관광객에게 어디를 보고 왔냐는 질문에 적어도 "문화전당에 가서 감동을 받고 왔으니 당신도 한 번 가보시오"라는 답변이 나왔으면 좋겠다. 자고로 잘 되는 음식점을 보면 주인이 돈 들인 '광고'보다는 음식 맛을 직접 본 고객의 조용한 '입소문'이 훨씬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다.

문화전당이 마련한 아시아의 독특한 문화와 가치관을 다룬 콘텐츠가 관람객에게 그야말로 재미와 감동을 듬뿍 듬뿍 선사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람객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준비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본다.

아울러 필자는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의 개ㆍ폐회식에 참석해 빛의 축제를 본 적이 있다. 빛고을 광주에 딱 어울리는 프로그램으로 관중석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빛의 향연을 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빛의 축제를 문화전당의 야외 조형물이나 휴식공간에 적용하면 어떨까? 이를 배경으로 '광주의 밤'을 추억의 사진으로 남기는 '광주의 명물'로 개발하면 좋을 듯싶다.

이명종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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