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이 고향인 박동실은 현대 판소리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창이다. 그는 박유전-이날치-김채만으로 이어지는 서편제 제일의 소리꾼이었다. 김소희.한애순.장월중선 등 많은 가객을 길러냈다. 해방 즈음에는 창작 판소리 ‘열사가’(이준.안중근.윤봉길.유관순)와 ‘해방가’를 만들어 보급했다. 그러나 6.25 때 월북하는 바람에 우리에게는 잊힌 인물이 되었다. 북한에서는 판소리 ‘오가전집’을 녹음하고 1961년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1970년대에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르며 혜성같이 가요계에 나타난 가수 김정호(1952~1985.본명 조용호)는 박동실의 외손자다. 박동실의 둘째 딸 박숙자의 아들이다. 본보에 ‘국소남의 통기타’를 연재하는 국소남 씨에 따르면 박숙자는 국악인으로 영화 서편제의 실제 모델이다. 김정호의 음악적 재능은 국악인 집안인 외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작곡과 작사, 노래에 모두 능한 천재 뮤지션이었다. 대중들의 사랑도 한몸에 받았으나 꿈을 채 펴지 못하고 1985년 33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 ‘하얀 나비’가 되었다.
광주가 낳은 요절 가수 김정호를 기리는 제4회 김정호 음악회가 오는 29∼30일 그의 모교인 광주 수창초등학교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북동 일대에는 ‘김정호 거리’를 만들기 위해 광주 북구와 가수협회 광주시지부가 발 벗고 나섰다. 대구의 ‘김광석 거리’ 못지않은 광주의 명소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담양 메타세퀘이어 거리에는 지난 2015년 김정호 노래비가 세워졌다. 김정호의 쓸쓸하고 애절한 노래가 그리워지는 가을이다. 박상수 주필 sangsoo.park@jnilbo.com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