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나비’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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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하얀 나비’ 김정호
  • 입력 : 2018. 09.18(화) 21:00
  • sspark@jnilbo.com
담양 가사문학관 앞에는 ‘명창 박동실 기념비’가 있다. 2002년 담양군이 세운 것이다. 기념비의 비문이 애절하다. “명창 박동실은 1897년 이곳에서 태어나 소리의 근원을 익혔고 이를 우리에게 넘겨 주었다. …그 예술의 태반은 오로지 담양의 대바람과 푸르른 들판에서 여문 것이다. … 전쟁 속에서 그는 추운 북쪽으로 떠났고, 1968년 12월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담양이 고향인 박동실은 현대 판소리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창이다. 그는 박유전-이날치-김채만으로 이어지는 서편제 제일의 소리꾼이었다. 김소희.한애순.장월중선 등 많은 가객을 길러냈다. 해방 즈음에는 창작 판소리 ‘열사가’(이준.안중근.윤봉길.유관순)와 ‘해방가’를 만들어 보급했다. 그러나 6.25 때 월북하는 바람에 우리에게는 잊힌 인물이 되었다. 북한에서는 판소리 ‘오가전집’을 녹음하고 1961년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1970년대에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르며 혜성같이 가요계에 나타난 가수 김정호(1952~1985.본명 조용호)는 박동실의 외손자다. 박동실의 둘째 딸 박숙자의 아들이다. 본보에 ‘국소남의 통기타’를 연재하는 국소남 씨에 따르면 박숙자는 국악인으로 영화 서편제의 실제 모델이다. 김정호의 음악적 재능은 국악인 집안인 외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작곡과 작사, 노래에 모두 능한 천재 뮤지션이었다. 대중들의 사랑도 한몸에 받았으나 꿈을 채 펴지 못하고 1985년 33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 ‘하얀 나비’가 되었다.

광주가 낳은 요절 가수 김정호를 기리는 제4회 김정호 음악회가 오는 29∼30일 그의 모교인 광주 수창초등학교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북동 일대에는 ‘김정호 거리’를 만들기 위해 광주 북구와 가수협회 광주시지부가 발 벗고 나섰다. 대구의 ‘김광석 거리’ 못지않은 광주의 명소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담양 메타세퀘이어 거리에는 지난 2015년 김정호 노래비가 세워졌다. 김정호의 쓸쓸하고 애절한 노래가 그리워지는 가을이다. 박상수 주필 sangsoo.park@jnilbo.com
ss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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