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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되는 ‘퀴어문화축제’다. 진행 측은 “법적으로 문제 없고, 허락도 받은 축제를 가지고 언론이 찬반 두 개의 입장을 보도하는 것 자체가 이미 불공평한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상당한 저항에 부딪힌 상황이다.
반면, “왜 하필 5.18민주광장이냐? 거기서 남녀의 성 축제를 한다해도 말릴 판인데”라며 반대하는 쪽의 입장도 완강하다.
일각에서는 ‘광주의 인권지수를 이번 축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논란을 정면으로 들어보기로 한다.
17일 광주시와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로 지난 2000년 서울에서 처음 개최된 뒤 대구, 전주, 인천, 부산, 제주 그리고 광주까지 이어졌다.
이번 축제는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던 퀴어문화를 지역에서도 가시화시키고 확산해 이어가기 위해 마련된 만큼 ‘광주, 무지개로 발光(광)하다!’라는 주제로 21일 오후 1시부터 5.18민주광장에서 다양한 행사들과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광주시에 광장 사용 허가를 받고 집회.시위 신고도 마쳤다. 성소수자 관련 단체들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부스들도 운영되며, 퀴어 예술가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도 갖는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리는 무지개 깃발처럼 알록달록한 모습의 거리 퍼레이드도 예정돼 있다.
조직위는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안다’는 지역에서 본인의 성 정체성을 이야기 한다는 게 두렵기도 하겠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용기를 주고 싶다”며 “그동안 억눌렀던 목소리를 함께 외치며 해방감을 나누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파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생소해 보이는 이번 축제를 두고 예상 밖으로 반기는 이들도 많았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이재형(26)씨는 “축제를 통해 자신을 알려야하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며 “이번 축제가 서로 간의 생각 차이를 좁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축제를 반겼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하나의 획일적인 색이 아닌 무지개 빛 다양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생명”이라며 “광주퀴어축제는 공존의 상징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어떻게 진행될 지 궁금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광주 동구 지역민 김덕윤(55)씨는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평소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직접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낯선 축제를 반대하는 시각도 상당하다.
포털의 한 카페는 ‘아이들도 보고 있다. 한번 열리면 계속 열릴 것’이라며 축제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논란의 핵심이 되는 것은 축제 장소다. 광주시기독교교단협의회는 “우리는 일상 가운데 퀴어라는 이름으로 차별 받는 것을 반대한다”면서도 “그러나 민주성지인 5.18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히며 축제 당일 반대집회 개최를 예고했다. 즉, 축제 자체에는 반대할 생각이 없으나 5.18광장은 안된다는 것이다.
한 종교인은 “군부독재에 맞서 피흘리고 죽어간 자리에서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어떤 퍼포먼스가 펼쳐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면서 “과거 퀴어축제에서 연출된 모습들이 5.18 광장에서 열리게 된다면 참을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축제 조직위도 모르고 있지는 않다.
조직위 관계자는 “광주시 인권헌장 12조에도 모든 시민은 종교 및 성적 지향 등에 관계없이 자신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가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음란한 모습을 연출할 것이라는 편견에만 둘러싸여있다”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민주광장은 이 시대 가장 억압받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에게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장소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긴장하는 곳은 경찰이다. 양측이 전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이어서 행사 전날부터 5.18민주광장을 가로 지르는 25m짜리 완충벽을 세우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시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송희 기자 songhee.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