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에서 열린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전국 초중등 학부모 대상 고교선택 및 대입 전략 설명회'를 찾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 씨
김옥숙 | 새움 | 1만4000원
지난해 서울 강남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쌍둥이 전교 1등 사건에서 해당 학교의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는 시험 유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 문제가 세상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의 중심에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있다. 학종은 수능 점수 위주의 줄 세우기식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적성과 특기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재를 선발한다는 좋은 명분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서 각종 비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생활기록부 조작, 자녀 대입 전형에 제자 논문 도용, 고교생 자녀의 대학 논문 공저자 등재, 고액 컨설팅으로 활동 이력과 내신 성적 관리 등 온갖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학종에는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 현대판 음서제, 로또 전형 등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기도 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란 말이 무색하게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수시로 바뀐다. 거기에 더해 대학 서열화는 학벌 사회를 공고히 하고 있고 입시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한 해 사교육비가 30조 원이 넘는다는 말에 이르러서는 이 미친 교육열의 진짜 이름은 '계층 상승욕'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김순영 작가의 신간소설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 맘 마순영씨'는 학종의 피해자이기도 하고 수혜자이기도 한 99년생 '흙수저' 고영웅의 탄생부터 스무 살까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러한 영웅이의 삶은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엿보게 한다.
무한 경쟁 사회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남을 짓밟고 올라서라고,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제 살길만 찾으라고, 느릿느릿 걷다가 굶어 죽고 싶냐고, 불안을 키우고 욕망을 부풀린다.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욕심과 불안감이란 감옥에서 못 나오는 엄마들은 아이를 공부의 노예로 만들었다. 내 자식은 남들보다 앞서나가게 하고 싶다는 욕망이,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헬리콥터 맘이란 괴물 엄마와 공부 기계가 된 괴물 아이들을 만들어냈다.
소설 속엔 한 여자가 등장한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아주 잘했지만 지독한 가난으로 대학을 그만둬야 했던 마순영 씨. 가난하면 꿈조차 좌절되는 현실에 절망했던 그녀는 못다 이룬 꿈을 아들을 통해 실현하려 한다. 바로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는 것. 속물이라고 비웃어도 상관없다. 대대손손 '흙수저'인 부모로서, 아들이 명문대에 가서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마음 아니겠는가. 그녀는 좋은 학벌을 가져야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고, 흙수저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생존수단은 공부밖에 없다고 믿었다.
금수저는 금수저대로 흙수저는 흙수저대로 하늘 높이 치솟으려는 염원을 담아 종교를 만들어냈으니 그것은 '스카이 교', 바로 '서울대 교'다. 대한민국 공식·비공식 종교에 등장하지 않지만, 서울대교라는 이상한 종교의 역사는 꽤나 오래된 편이다. 그리고 마순영 씨는 서울대교의 광신도를 자처한다.
소설은 마순영 씨가 아들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해운대구에서, 돈이 없어 학원을 한 군데도 못 보낸 아들은 전교 1등을 하고, 모의고사 만점을 받기도 한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24시간을 감시·관리하다시피 했던 마순영 씨는 자신이 아들에게 최적화된 입시 전문가라고 굳게 믿으며 '헬리콥터 맘'으로서 최선을 다한다. 실제 아들을 서울대에 보낸 작가의 경험이 소설에 많이 녹아 있다.
김 작가는 "이 소설은 가장 자전적인 소설이다. 못나고 나쁜 엄마 이력서를 부끄럽지만 그대로 드러냈다. 욕심 많고 어리석은 헬리콥터 맘의 이력서, 길고 긴 엄마의 반성문이다"라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