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정상연>노래를 부르자, 광주 시민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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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광장·정상연>노래를 부르자, 광주 시민의 노래를!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문화학 박사
  • 입력 : 2023. 04.25(화) 13:44
정상연 교수
필자는 고등학교 동기들 모임에 가끔 함께하고 있다.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났지만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얘기들은 끝이 없고 웃음 가득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모임의 끝은 손을 흔들며 다음을 기약하기도 하고 가끔은 한목소리로 ‘교가(校歌)’를 제창하며 의기를 다지기도 한다. “아늑한 보금자리 무등산을 등지고, 기름진 넓은 평야 포근히 안았도다~” 중년을 넘어선 몇몇 아저씨들의 우렁찬 내지름에 음정이나 박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저 오래된 시간을 소환해 서로의 일체성을 확인하고 허물없는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다. 어깨동무로 서로를 의지하며 노랫소리가 공간을 넘어갈 때쯤, 지켜보는 이들에겐 민폐일 수 있겠으나 때론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또 지난 시간으로 동승하게도 한다.

대부분 학교는 저마다 교표(校標)와 교가 등으로 그 학교를 상징하고 정체성을 드러내는데, 그중 교가는 노래라는 형식을 빌려 건학 이념이나 면학 정신의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수단이다. 졸업생들도 교가를 통해서 애교심 등을 고취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만들어 간다.

비단 교가뿐만이 아니다. 올림픽 경기나 월드컵 경기 등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를 포함한 국가 간의 경쟁에는 어김없이 그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國旗)와 국가(國歌)가 등장한다. 특히 선수들의 입, 퇴장은 물론이고 시상식이 거행될 때에는 하늘 높이 휘날리는 국기를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고 한마음으로 자국의 국가를 제창하게 된다.

피부색이나 출신 등과 관계없이 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한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이때 부르는 국가는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마법의 노래이다. 모든 나라의 국가는 그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으며 우리 ‘애국가’ 또한, 민족의 건국이념과 자주 의식을 만방에 드러내는 나라 사랑의 상징적 매체이다.

모든 기념일에는 그날을 상징하는 노래가 있다. 이제 5월이면 어린이날이 돌아오고 곧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도 가까워진다. 그 모든 날의 의미들을 담아 기념하고 축하하는 노래를 제창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이 슬기롭고, 씩씩하게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어린이날 노래’와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으로 시작되는 ‘어버이 은혜’, 그리고 올바른 가르침과 배움의 기쁨을 주신 선생님들을 위한 ‘스승의 노래’ 등. 일반적으로 노래는 음률에 가사를 더해 단순하게 작곡되고 불리는 것만은 아니며 창작자의 끊임없는 관조를 통해서 완성되어 진다. 노래는 시공간의 기호이며 의미체(意味體)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소통의 도구이자 시그널(signal)인 것이다. 때로는 의지와 결의를 다지기도 하고 스스로 자긍심을 구가(謳歌)해 나가기도 한다.

우리 광주광역시에도 1987년 길옥윤(1927~1995)이 작곡하고 박홍원(1933~2000)이 작사한 ‘광주 시민의 노래’가 있다. “무등산 등성이에 햇빛 퍼지면 가슴마다 희망의 샘물이 솟고~”로 시작하는 노래다. 그러나 이 노래의 존재를 광주 시민은 물론 공무원들마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광주 시민의 노래’를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애향심이나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를 이루는 집합체는 대부분 유기적 관계성을 드러내는 기호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호가 ‘광주 시민의 노래’일 수도 있다.

광주와 무등산을 소재로 하는 대중가요들이 많이 있다. 고무적인 일이기는 하나 유행가는 시간이 지나면 대중에게서 멀어진다는 취약성도 있다. 이제라도 우리 스스로, 함께 광주의 노래를 불렀으면 한다. 세대를 불문하고 품격 있는 광주만의 비전을 담아 세계만방에 외쳐 부르는 것이다. ‘광주 시민의 노래’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또 하나의 예술적 행위로 작동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