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 죽은 시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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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 죽은 시인의 사회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07.17(월) 14:20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살아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는 미국 명문고 웰튼 아카데미 새학기 공부가 인생의 전부였던 학생들이 키팅 선생을 만나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1990년 개봉한 작품으로 ‘카르페디엠 (carpe diem)’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명작이다.

아카데미 각본상을 비롯해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로 관객들의 가슴속에 ‘인생 영화’로 남은 작품이다.

키딩 선생은 모교 영어교사로 부임한 뒤 첫 수업에서 ‘할 수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거두라’는 시를 읽게 한다.

이 구절이 바로 “카르페 디엠! 오늘을 살아라”를 의미하는데 인간은 언젠가 한 줌의 재가 돼 흙으로 돌아가기에 학생들이 하루하루를 멋지게 살길 바라는 키팅 선생의 바램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과 함께 가장 잘못 번역된 영화로도 알려져 있다. ‘Fall’은 가을이 아니라 ‘몰락’ ‘타락’을 의미하며 죽은시인의 사회의 society는 ‘사회’가 아니라 동아리, 학회, 모임 등으로 번역된다. 극중 학생들이 몰래 모여 죽은 시인들의 시를 낭독하고 음미하는 동아리였다. 번역한다면 ‘죽은 시인 연구회’ 정도 되겠다.

번역이야 어찌됐건 입에 착 감기는 제목 덕택에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린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일본이 도쿄원전 오염수를 기어이 방류할 요량인가 보다. 잘못해놓고도 이젠 ‘배째라’는 태도다.

당연히 국내는 찬반논란으로 온 나라가 두동강 날 기세다. 이 난장판 속에서도 이해 안되는 현상이 눈에 띈다.

몇년 전만 해도 무슨 일이라도 나면 청와대로 여의도로 떼로 몰려가 겁박하던 무리들이 보이지 않는다.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30년간 버린다는데도 조용하다. 의사, 과학자, 심지어 환경생태학자들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야말로 앞장서서 뭐가 과학인지, 어떤 게 오류인지 설명해줘야 할 당사자들 아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30년 뒤 인류에겐 어떤 해악을 끼칠 지 등을 통해 방류의 잘잘못을 국민들에게 판단할 수있도록 해줘야 하는것 아닌가. 하나같이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다.

이때다 싶은 일본은 또다른 암중모색을 벌일 태세다. 부산과 50㎞ 거리의 대마도 앞바다에 핵폐기장을 건설한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정부 눈치 보느라 못했던 숙제를 ‘물 들어올 때 노젓자'는 듯 해치우려는 분위기다.

한국에 왔다 간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오염수를 마셔도 되고 수영도 할 수있다”는 호기까지 부렸다. 외교관 출신이라 ‘외교적 언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과 일본이 작당모의한 내용이 폭로돼 신뢰도 역시 이미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이제 국내는 영영 ‘토론없는 죽은 사회’가 되고 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