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밥값이 무섭다”… 새학기 대학가 고물가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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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월세·밥값이 무섭다”… 새학기 대학가 고물가 시름
개강 앞두고 원룸비 등 급등
생활비 부담 가중, 알바 충당
학자금 대출 1년새 4.6% 늘어
소액대출 등 부채 증가 우려
  • 입력 : 2023. 08.20(일) 15:06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20일 전남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원룸촌에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원룸 입주자를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달 전부터 자취를 시작했는데 알바비로 겨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방학 중에도 이렇게 지출이 빠듯한데 개강을 하면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합니다.”

오는 9월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월세방을 구했다는 대학생 김현준(21)씨는 최근 급격히 오른 물가 탓에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식비를 최대한 아끼고 있지만 교통비와 전기요금 등 생활비로만 한달 50만원이 든다”며 “그나마 월세는 부모님께서 내주셔서 다행이지만 생활비는 직접 벌어 쓰고 있어 이것 저것 지출이 많아지는 개강 이후가 두렵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들의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 이어 원룸 월세마저 크게 오르면서 대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 감당이 어려워지자 학자금 대출이나 은행 소액대출을 찾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20일 광주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학가 원룸 월세 가격은 평균 30만원에서 36만원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3만원 정도 올랐다.

대학 원룸촌이 밀집해 있는 북구 신안동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송모씨는 “가스비 등 공공요금이 많이 오르기도 했고 금리도 올라 집주인들이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를 올리고 있다”며 “월세가 예년보다 올라 너무 비싸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개강을 앞두고 방은 구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한다”고 말했다.

주거비 등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학생들은 소비를 최소화하고 아르바이트를 늘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대학생 정모(22)씨는 “월세가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며 “생활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외식은 줄이고, 알바도 하나 더 늘렸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기가 어려운게 사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가운데 생활비 충당을 위해 대출을 받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 건수는 전년대비 4.62% 상승했다. 이는 저소득층 대학생들이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생계가 어려워지자 등록금보다 생활비 명목으로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올해 2학기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신청과 관련한 게시글이 넘쳐나고 있다.

이 게시판에는 지난달 5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는 학자금 대출에 대해 신청 기간이나 자격, 횟수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학자금 대출이 어려운 학생들은 금융권 소액 대출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학생들의 부채 증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상금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는 대학생 이모(23)씨는 “최대한 이것 저것 비교해 가며 저렴하게 장을 봐도 고정 식비만 40만원이 들고 여기에 전기세·수도세까지 내면 월 60만원 이상이 생활비로 나간다”며 “생활비가 부족할 때 비상금 대출을 이용하고 있지만 금리가 너무 높아 최대한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빚에 시달리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들이 졸업 후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대출이자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