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귀향 대신 용돈 벌래요”…‘명절 알바’ 뛰는 취준생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경제일반
[전남일보]“귀향 대신 용돈 벌래요”…‘명절 알바’ 뛰는 취준생들
지역 고용률 전국 최저 ‘취업대란’
설 연휴 단기 일자리 구직자 늘어
구직사이트 ‘설 알바 채용관’ 운영
백화점·마트, 판촉도우미 등 인기
  • 입력 : 2024. 01.30(화) 18:27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설 연휴기간 단기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이 많아지면서 알바몬·알바천국 등 구인구직사이트들이 ‘명절 단기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구직 사이트의 광주지역 명절 일자리 공고 캡쳐
“대학교를 졸업하고 벌써 2년이나 지났는데 아직 취업 문턱을 넘지 못했어요. 매년 명절마다 마음이 불편해 이번 설에도 본가를 찾는 대신 광주에 남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낼 예정입니다.”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최지원(25·가명)씨는 요즘 설 연휴 기간 용돈을 벌 수 있는 단기 알바 자리를 찾고 있다.

최씨는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해봤지만, 여전히 취준생(취업준비생) 신분이다. 괜히 위축돼 지난 네 번의 설·추석 명절 동안 고향 방문 대신 알바를 해왔다”며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지만 최소한으로 받고 있어 생활비도 충당하고 공부도 할겸 이번 설에도 시골집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한 경제적·심리적 압박에 설 명절 연휴기간 귀향이나 휴식 대신 단기 일자리를 찾는 지역 청년들이 늘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구인·구직 사이트들도 설 연휴 단기 알바 자리를 알선하고 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광주·전남지역 청년고용 부진 원인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청년 고용률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광주·전남은 40% 내외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지난해 상반기 광주·전남 15~29세 청년 고용률은 39%로, 전체 고용률 64%를 크게 밑돌았고, 타 지역과 비교해선 유일하게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청년 실업률은 광주와 전남이 각각 6.1%와 6.9%로, 두 지역 모두 전연령 실업률(광주 3.1%, 전남 2.3%)을 크게 넘어섰다. 전국 평균 청년 실업률(5.3%)과 비교해서도 광주와 전남 모두 높았다.

이처럼 낮은 고용률과 높은 실업률로 지역 청년들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으면서 명절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단기 일자리를 통해 용돈을 버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째 재취업을 준비 중인 김소영(27·가명)씨도 구직 앱을 통해 명절 기간 일할 수 있는 알바 자리를 찾고 있다.

김씨는 “취업하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한 터라 지난 1년간은 모아둔 돈으로 생활했지만, 지금은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취준기간에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설 연휴 기간 일을 하기로 했다”며 “명절 연휴 때는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주는 고액 알바 자리가 꽤 있다. 취준생에게 휴식은 사치라고 생각해 평소 일하던 음식점 알바도 자진해서 명절 근무로 바꿨다”고 전했다.

김씨처럼 설 명절 연휴기간 알바 자리를 원하는 구직자들이 많아지면서 알바몬, 알바천국 등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들은 ‘설 알바 채용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채용관에서는 단기 아르바이트에 특화된 업·직종 공고를 모아 한눈에 보기 쉽게 제공하고 있다.

알바몬·알바천국의 설날 특화 업·직종으로는 △매장관리·판매 △백화점·마트 △택배·배달 △생산직 △판촉도우미 등 명절 시즌에 인기가 높은 5가지로 구성돼 있다. 또 △지역 △근무기간 △근무요일 △근무시간 등 각종 근로 조건별로 상세 검색 기능을 제공해 손쉽게 알바 자리를 구할 수 있다.

알바몬 관계자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구직자들이 늘어나는 설 연휴 시즌은 대표적인 알바 성수기”라며 “설 알바 채용관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구직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