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뉴시스 |
이 공동대표와 송 전 대표는 민주주의의 상징인 ‘호남 정치’를 재건하고자 진보진영의 심장부인 광주행을 선택했다고 밝혔지만,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구태정치를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어서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광주 김대중센터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총선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해 “새로운미래가 정권교체의 대안이 될 것이고, 부족하다면 총선 이후 대안 세력을 새로 구축하겠다”면서 제22대 총선에서 광주 광산을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의 이번 공천을 보면 광주와 호남에서 큰 정치인이 나올 수 없다”며 “제가 광주를 주목받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고향인 영광군 선거구에서만 내리 4선(16~19대)을 하고 2014년 전남도지사에 당선된 후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호남 대표 정치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광주보다는 전남권에서 더 큰 조직력을 가지고 있는 이 공동대표가 광산을 출마를 택한 것은 자신의 최측근인 박시종 새로운미래 당대표 비서실장이 총선 출마를 준비했던 곳이어서 조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 각을 지고 탈당한 점으로 미뤄 봤을 때 대표적 친명(친이재명)계인 민형배 의원과 대결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명분을 살릴 수 있고, 선거운동 기간 이재명 대표가 광산을에서 지원유세를 한다면 민주당 전·현직 대표 간 대결구도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고흥이 고향으로 인천 계양에서만 5선(16·17·18·20·21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에 당선되는 등 정치 생활 대부분을 인천에서 했다.
지난 7일 지인에게 보낸 친필서한을 통해 “야권 심장부인 광주 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 중 한 지역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던 그는 최종 출마지로 광주 서구갑을 선택했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광주의 신흥 정치 1번지인 서구갑을 검찰독재 정권 심판의 진원지로 삼아 정권교체 희망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송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수감 중으로, 현재 ‘옥중출마’라 선거운동이 제한적이다.
그런 그가 출마를 선택한 서구갑은 비명계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포함된 송갑석 의원의 지역구로, 두 사람 모두 고흥 출신으로 고향이 같다. 만약 송 의원이 경선에서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을 제치고 본선에 진출하면 운동권 출신 고향 선후배가 맞붙어야 한다. 반대로 송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면 송 대표가 송 의원의 조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공동대표와 송 대표는 ‘대의’라는 명분으로 광주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이재명 민주당은 호남 정치인의 싹을 자르고 있다. 광주에서도 큰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했고, 송 대표도 출마 선언에 앞서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호남불가론, 영남후보론, 20년 민주당을 지배해 온 도그마를 깨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한때 민주당을 대표했던 거물급 정치인들이 민주당의 본산인 광주를 출마지로 선택한 데 대해 정치공학적 이해관계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두 정치인 모두 광주가 아닌 곳에서 정치활동을 했기 때문에 단지 정치적 재기를 위한 돌파구로 광주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시민들의 반감도 상당한 상황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낙연 공동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모두 화려한 정치 이력을 가지고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지만, 현재는 민주당 옷이 맞지 않다며 뛰쳐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두 사람을 향한 지지도를 가늠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선택 받는다면 정치적 재기가 확실한 상황인 반면 낙선할 경우에는 정치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큰 리스크를 가지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지역 유권자들의 반감이 큰 상황이지만 선거가 약 한 달이나 남은 만큼 그 사이 또 판세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