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청소차량에 치여 숨진 김모(7)양의 빈소가 마련됐다. 빈소 앞에 김양이 다니던 초등학교로부터 온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다. 윤준명 기자 |
광주 북구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한 폐기물 수거차량 사고로 조카를 잃은 김민정씨는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다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30일 오후 1시20분께 광주 북구 신용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A(49)씨가 몰던 5톤 폐기물 수거차량이 후진 중 하교하던 김모(7)양을 치었고, 사고로 크게 다친 김양은 현장에서 숨졌다.
김양은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어머니와 ‘수업이 끝나 귀가하고 있다’며 전화 통화를 했다. 하지만 도착했어야 할 아이가 집에 들어오지 않자 걱정되는 마음에 밖에 나가본 어머니는 재활용 수거차량 밑에 놓여진 김양의 신발과 가방을 보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김양의 어머니는 얼굴이라도 확인하고자 현장에 다가가려 했지만, 현장이 너무 참혹해 구급대원들이 막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오전 찾은 광주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양의 빈소에는 유가족과 조문객들의 애끓는 통곡만이 울려 퍼졌다. 슬픔에 빠진 유족들은 한참을 흐느끼다가도 이따금 고개를 들어 영정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김양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민정씨는 “언니(김양의 모친)가 조카를 임신했을 때부터 태어나 처음 만나던 날까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조카는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속 한번 안 썩인 착한 아이였다”며 “어떻게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나. 명랑하고 애교가 많던 조카가 너무 보고 싶다”며 오열했다.
31일 오전 광주 북구 신용동의 한 아파트 단지서 청소차량에 치여 숨진 김모(7)양의 추모공간에 간식과 쪽지가 남겨져 있다. 윤준명 기자 |
김양의 조부인 김모(78)씨는 “첫 손자가 태어나고 7살 터울로 손녀(김양)가 태어났다. 아들이 늦은 나이에 본 딸이라 온 가족이 애지중지하며 공주처럼 키워왔다”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애교도 많은 명랑한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유가족들은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양의 삼촌 김성훈씨는 “아파트 단지 인근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위치해 학생들의 통행이 잦은데도 그간 차량들이 인도 위에서 작업을 해왔다”며 “누구에게든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다”며 분개했다.
이어 “사설업체라고 하더라도 대형 수거차량을 동승자와 안전관리자 없이 혼자서 몰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이 단순 사고로 넘어간다면 계속해서 2차, 3차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다. 철저하게 조사해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며 울분을 뱉어냈다.
31일 오전 광주 북구 신용동의 한 아파트 단지서 청소차량에 치여 숨진 김모(7)양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한 주민이 김양을 추모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
전날밤 사고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 앞에는 국화와 김양 또래의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간식류와 인형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각자 출근을 하거나 등교하는 길에 추모공간을 지나던 주민들은 김양을 위해 준비한 간식류 등을 꺼내 바닥에 둔 뒤, 한참동안 눈을 감고 김양의 평안을 위해 기도했다. 간식류 등에는 김양을 추모하는 내용의 메모가 붙었다.
특히 김양 또래의 자녀를 배웅하기 위해 등교길에 동행한 학부모들은 추모공간을 지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곳 일대의 인도가 평소 사고의 위험이 높아보였다고 비판하며,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뜬 김양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입주민 B씨는 “분리수거장과 차도의 거리가 멀어 수거차량이 인도를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매번 불안했는데 결국 이 사달이 났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양이 너무 안타깝다. 김양이 좋은 곳에 가서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김양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한편 31일 북구는 유사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관내 30여곳의 사설 폐기물 수거업체를 방문해 경고등과 후방영상장치 부착 안내와 함께 안전수칙 교육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