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장기화에 지역 의료계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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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의·정갈등' 장기화에 지역 의료계 붕괴 위기
광주, 진료 분담 등 협력체 구성
전남, 비대면 진료 등 한시 허용
  • 입력 : 2024. 04.14(일) 18:29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에 돌입하는 등 의정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지난달 26일 119구급대가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의대교수들은 수술과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고, 내달 1일부터 중증·응급 환자 치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하는 등 향후 진료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지역 주요 병원과 공공의료의 고민이 깊어져 가고 있다. 광주대형병원들은 진료과 협업 등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고 의료 사각지대인 전남은 농어촌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대면 진료 등을 한시 허용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광주시는 광주·전남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지역 대표 2차 의료기관인 광주기독병원과 지역 의료체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응급 중증 환자의 수술과 진료에 있어서는 각 병원이 긴밀한 연락 체계 구축을 통해 전향적으로 협력키로 했다.

안과 응급 환자 진료·수술은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이 나눠 맡기로 했다. 일주일에 이틀은 조선대병원 권역응급센터에서 안과 진료를 전담하고 나머지 일자 진료도 두 병원이 협의한다.

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의 최근 병상 가동률은 각기 평균 50% 초반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외래 환자 역시 평소와 비교해 전남대병원은 20%, 조선대병원은 10%씩 줄었다.

전문의(교수)와 진료 지원 간호사(PA) 중심으로 정부의 공중보건의·군의관 파견 대체 인력까지 더해 비상진료체계를 꾸렸지만 공백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고 있다. 환자 곁을 지켜온 ‘최후의 보루’ 의대 교수들마저 속속 체력적 한계에 봉착했다. 교수 중 일부는 법정 근로 시간 만큼만 근무하면서 수술 연기·취소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면서 지역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도 중요해졌다. 의정갈등 초반 일었던 연쇄 과부하 우려와 달리 광주 2차 의료기관의 운영 실태는 안정을 되찾았다.

4월 첫째주(1~5일) 광주 소재 종합병원 19곳의 중환자 수는 평균 102명 꼴이었다. 지난달인 3월에도 한 주 평균 중환자는 100여명 안팎, 일반 환자는 3700~3800명대, 외래 환자는 1만1900명~1만4900명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종합병원에서 시행된 수술도 236~281례를 오갔다.

통상 지역 종합병원 19곳이 한 주 평균 진료하는 중환자는 119명이다. 일반 환자는 4500여명, 외래환자는 1만4968명에 수술은 281례 수준이던 만큼 의정 갈등 계기로 큰 혼란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전남은 공중보건의 잇단 차출에 이어 신규 배치마저 줄어 의료시스템 한계에 봉착했다.

올해 전남으로 신규 편입된 공보의는 229명으로 지난해(267명)보다 38명 쪼그라들었다.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3년 근무를 마친 복무만료자 72명, 타 시·도 전출자 52명 등 유출 인력이 124명에 달한 반면 새로 유입된 인력은 신규 배치된 공보의 84명과 타 시·도에서 전입온 2명 등 86명에 불과하다.

신규 배치 인원도 2020년 331명, 2021년 327명, 2022년 303명, 지난해 267명, 올해 229명으로 해마다 줄어만 가고 있다.

전남에서 공보의 감소나 공보의 파견으로 순회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보건지소는 각각 44곳과 35곳이다. 전체 보건지소(217곳) 5∼6곳 당 한 곳 꼴로 비상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농어촌 의료공백을 메꾸기 위해 최근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취약한 의료서비스를 정상화시키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진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추가 대체투입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대란이 진정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남의 열악한 의료 시스템을 개선할 근본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