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법 속 ‘신의 한 수’…공소취소·시효정지·재판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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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법 속 ‘신의 한 수’…공소취소·시효정지·재판중계
채상병 사건 공소권 남용 제동
김건희 수사, 시효 걱정 사라져
尹 내란재판 ‘중계 의무화’ 조항
수사 효율 제고·재판 신뢰 확보
  • 입력 : 2025. 07.11(금) 17:52
  • 정유철·이정준·정승우 기자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진행된 현판식을 마친 후 현판 앞에 서 있다. 이명현 특검은 특검법에 규정된 공소유지 여부 판단 권한을 행사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항소를 취하, 1심 무죄 판결을 확정시켰다. 연합뉴스
수사에 본격 착수한 3대 특별검사들이 초반부터 속도를 내면서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특검법 조항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수사 효율을 높이고,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이른바 ‘정교한 장치’들이 법에 포함돼 있어서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특검 성공을 견인할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 박정훈 대령, ‘공소 취소’ 무죄 확정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이하 채상병 특검법)은 특검의 직무에 수사뿐 아니라 재판 중인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검은 지난 9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항소를 전격 취하, 1심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재판 전략이 아닌, 이번 채상병 특검법이 부여한 특검 권한 중 ‘공소취소권’이 현실화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명현 특검은 “1심 판결과 군 검찰의 항소 이유를 검토한 결과, 항소유지는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며 “군 검찰이 박 대령을 집단 항명 수괴로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임성근 당시 해병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 이첩을 보고했다가, 이를 보류하라는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항명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첩 보류 명령이 명확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군 검찰은 항소와 함께 공소장을 변경해 혐의를 추가했지만, 특검의 공소 취소로 재판은 일단락됐다.

● 김건희 충분한 수사 위한 ‘안전장치’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김씨의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특검법에는 공소시효 정지 조항이 들어 있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김건희 특검법) 부칙 제4조에 ‘이 법이 공포된 날부터 제10조의 수사기간이 종료된 날까지 각 호의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단순한 법률적 형식이 아니라, 김씨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별검사는 김씨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수사 중이다. 카카오톡 메시지, 통화 녹음파일 등 구체적인 물증과 진술을 확보한 가운데, 김씨는 이미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공직선거법상 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지만, 윤 전 대통령이 대선 2개월 뒤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형사소송법상 대통령 재직 중 시효 정지 규정이 적용돼, 현재 약 4개월의 시효가 남아 있어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기엔 빠듯하다.

하지만 특검법의 부칙 덕분에 특검의 공식 수사 종료일까지 공소시효가 자동으로 멈추게 됐다. 수사 일정이 지연되더라도 시효 만료 걱정 없이 충분한 조사를 진행하고 기소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한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 ‘재판 공개·생중계’ 전환 기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혐의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가 전면 비공개 재판을 진행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와 헌법상 재판공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내란 특검법)에 포함된 ‘재판 공개 및 중계 허용’ 조항이 재판 공개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내란 특겁법은 형사재판 생중계를 의무화한 조항을 담았다. ‘특검 또는 피고인의 신청이 있으면 재판장은 중계를 허가해야 한다. 불허 시에는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 다만, 중계를 허가하지 아니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중계를 불허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그 이유를 밝혀 선고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단순한 ‘재판 공개’ 수준을 넘어 사실상 재판 생중계를 원칙으로 하며, 예외적으로만 제한을 허용한다는 취지다. 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형사재판에서 생중계를 법적으로 보장한 사례로, 향후 다른 주요 사건의 재판 공개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의 공소취소권, 김건희 특검의 시효 정지, 내란 특검의 재판 중계 조항은 각각 수사 성과와 국민 신뢰를 담보할 핵심 장치”라며 “이 같은 법적 장치는 특검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입법적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유철·이정준·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