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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헤어질 결심
한규빈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4.30(화) 19:24
한규빈 기자
V-리그 여자부와 여자프로농구의 FA(자유 계약) 시장이 막을 내렸다. 올해는 유독 원클럽맨 혹은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던 선수들이 ‘헤어질 결심’에 나서 역대급 이적시장이 펼쳐졌다.

V-리그 여자부에서는 FA 자격을 취득한 18명 중 6명이 이적을 택하고 2명이 미계약으로 남은 가운데 GS칼텍스 서울Kixx의 선수 유출이 가장 눈에 띄었다.

미들블로커 한수지가 은퇴를 선언하며 미계약자로 남은 가운데 2013-2014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3라운드 5순위로 입단했던 리베로 한다혜와 2015-2016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받은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가 함께 이적을 택했다.

한다혜는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와 연봉 및 옵션 총액 8억7000만원에 3년 계약을 체결했고, 강소휘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연봉 및 옵션 총액 24억원에 3년 계약을 맺으며 나란히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각각 12년과 10년을 한 팀에서만 활약한 선수들이 이적을 택하면서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프로 스포츠에서 원클럽맨의 존재 자체가 희귀한 만큼 많은 팬들이 SNS에 팀을 향한 비판 혹은 비난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의 선택에 대해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이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한다혜와 강소휘 모두 전 소속팀이 된 GS칼텍스 구단과 팬들에 대한 예의를 다했기 때문인데 이들은 이적 발표와 함께 영상 편지를 통해 팬들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들의 작별 인사는 구단 공식 SNS를 통한 영상 편지에 그치지 않았다. 각자 개인 SNS를 통해서도 GS칼텍스 구단과 코칭스태프, 팬 등에 감사 메시지를 남기며 마지막까지 예의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우리WON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우리은행에서만 네 명의 선수가 FA 자격을 취득한 가운데 2018-2019 WKBL 신입선수 선발회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가드 박지현이 해외 진출을 선언하며 일찌감치 임의해지됐다.

이어 1차 FA였던 가드 나윤정을 시작으로 2차 FA인 가드 박혜진과 포워드 최이샘(개명 전 최은실)이 모두 새 유니폼을 입으면서 네 명의 선수가 모두 잔류하지 않았다.

16년간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으며 구단 역사상 첫 영구결번 후보로 꼽혔던 박혜진은 BNK 썸으로 떠났고, 각각 12년과 8년간 우리은행에서 활약했던 최이샘과 나윤정은 신한은행과 KB스타즈로 떠나며 전환점을 마련했다.

사실 프로 데뷔 후 한 팀에서 수년간 줄곧 활약해온 터줏대감들이 새로운 환경을 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FA 이적 과정에서 원활한 이별이 이뤄지지 않아 선수가 비판을 받으며 팀을 옮기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에서 많은 선수들이 박수를 받으며 이적할 수 있었던 데는 절차 상에 충분한 예의가 따랐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팬들의 마지막 인사가 훈훈하게 마무리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