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였나요?" 병원 본인 확인 강화에 시민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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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오늘부터였나요?" 병원 본인 확인 강화에 시민 혼란
20일부터 적용...없으면 보험 안돼
일선·대학 병원서 시민들 어리둥절
"신분증 지참 사항 몰랐어요"
2주 내 본인 확인 거치면 차액 환급
건보 자격 부정 대여 시 형사처벌
  • 입력 : 2024. 05.20(월) 18:51
  • 나다운 ·박찬 수습기자
병원 본인 확인 의무화 시행 첫날인 20일 전남대학교 병원 접수처에 신분증 필수 지참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나다운 수습기자
“원래 2분이면 접수가 됐는데 오늘은 10분 이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부정 수급 예방을 위한 신분 확인 의무화가 시작된 20일. 조선대학교 병원을 찾은 정종옥(38)씨는 평소보다 두배 이상 길어진 대기 줄에 불만을 토로했다.

정씨는 “갑자기 신분증을 달라고 해서 당황했다.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귀찮을 뻔했다”며 “신분증을 확인하느라 대기 시간이 길어진 점이 가장 불편하다. 과거에는 무인으로 접수해 2분이면 처리가 됐는데 오늘은 10분 이상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허유리(32)·이준혁(41)씨 커플도 마찬가지다. 허씨는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한 건 좋지만 병원 측에서 확실하게 신분증 지참 안내를 해줬으면 한다. 여러 병원에 다니는데 동네 치과 한 곳에서만 안내 문자가 왔다”며 “무인 접수·앱 결제 등이 불가능해 절차도 복잡해지고 대기도 길어졌다. 평소보다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조선대학교 병원 관계자는 “신분증 미지참으로 오전 중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한두 명 정도 있었다”며 “홈페이지 공지, 포스터 부착 등 혼란을 대비해 환자들에게 신분증 지참 의무화를 안내했다. 본인 확인 절차로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오늘 아침 직원을 추가 배치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구의 한 병원을 찾은 시민 김모(44)씨도 진료를 접수하려다 병원 직원으로부터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다.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이내 “지갑을 평소에 안 들고 다녀서 신분증이 없다. 집에 다녀오겠다”며 급히 자리를 떴다.

병원 본인 확인 의무화 시행 첫날인 20일 조선대학교병원 로비는 본인 확인 절차로 접수 대기 시간이 길어져 대기 중인 환자로 북적였다. 나다운 수습기자
화정동 한 정형외과에서 만난 홍성록(58)씨도 “진료 예약을 위해 통화 중 신분증을 가져오라는 정보를 전달받았다. 오늘부터 신분증 지참이 필수로 바뀐 줄 몰랐다”며 “미리 통화하지 않았으면 집에 다시 돌아갈 뻔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1~2명 정도의 환자가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아 되돌아갔다. 첫날이라 가족관계증명서 등 신분증을 대신할 서류를 지참하신 분은 편의를 봐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법(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신분증 없이 병원을 찾은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본인 확인 절차로 인해 평소보다 대기 시간이 두배 이상 길어져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 이날부터 건강보험증·신분증 등을 지참하지 않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은 예약 진료가 대부분이어서 신분증을 가지고 오는 환자가 많았다. 병원 측은 혼란을 우려해 홈페이지 공지·포스터 부착·신분증 지참 문자 안내 등을 통해 대비했다.

법안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구 농성동 한 정형외과에서 만난 이모(65)씨는 “주변에서 제삼자 도용 사례를 들었다”며 “비슷한 연령대라면 신분을 속이기 쉽기에 이런 법령이 시행되는 건 당연하지만 실제로 확인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은 의료기관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시행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엄상철(45)씨는 “분명 환자 입장에서 더 번거로워졌다. 신분증을 두고 와 다시 돌아가게 되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고령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시골에선 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고 우려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날 3~4명의 환자가 신분증이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접수할 때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신분증 제출을 통해 정확한 신원 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 결국 환자에게도 편리할 것이다. 고령 환자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잘못 알고 일치하지 않는 번호를 알려줘 보험에 적용을 못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과 같은 신분증명서 외 모바일 건강보험증, 간편인증 등으로도 본인 확인이 가능해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등 일부 부정 사용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타인의 휴대전화에 건강보험증이 설치돼 도용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본인 명의 휴대전화에만 설치되도록 하겠다”며 “지나치게 잦은 인증서 발급 등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심 사례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나다운 ·박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