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찾은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빈 상가, 불법 전단지를 붙였다 뗀 자국들로 건물 외벽이 더렵혀진 모습이다. 이정준 기자 |
12일 찾은 광주 동구 충장로 상가, 최근 빈 상가들이 고스란히 방치되더니 그곳에 붙인 전단지와 떼고 남은 테이프 조각과 끈끈이들로 인해 건물 외부가 이른바 ‘난장판’이 된 모습이었다.
길을 가던 이은길(86)씨는 전단지와 그 흔적들로 더렵혀진 빈 상가들을 보며 영 아니라는 듯 고개를 휘저었다.
이 씨는 “이 앞을 자주 지나다니는데 매일 똑같이 붙어있다. 상가 입구에서부터 이게 뭐냐, 흉물스럽다”며 “몇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 확실한 관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과 몇년 전 까지만해도 여러 다양한 가게들이 놓여있던 골목길이지만 최근 충장로 도심 공심률이 20%대를 유지해 빈 건물이 많이 생기고 그곳에 불법 전단지 부착과 그 흔적들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요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특히 단순히 가게를 내놓기 위한 임대 전단지가 아닌 보기에 불편한 ‘놀면서 편하게 일할 사람’, ‘카드할부 현금’ 등 유해한 내용이 적힌 불법 전단지도 가득했다.
![]() 비슷한 시각 찾은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빈 업소, 전단지와 테이프 자국들로 도심 미관을 해치고 있다. 이정준 기자 |
정지우(29)씨도 ”예전에는 깨끗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지저분한 건물들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며 ”이제는 이런 흔적들이 있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보기 불쾌할 정도로 심한 장소도 몇 군데 있어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몇년 째 빈상가에 전단지들이 붙어있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 뿐 아닌 자영업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마냥 방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자영업을 하는 조모(46)씨는 “주변에 건물들이 깨끗해야 손님들이 많이 올 텐데 벽에 붙은 전단지들만 가득하니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고 발길을 피할까 걱정된다”며 “미관을 해치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직접 처리하고 있지만 계속 신경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단속에 더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광주 일선 자치구는 인력 부족과 사유 건물이라는 이유로 불법 전단지 제거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테이프 자국 등까지 완벽하게 청소하기는 어려운 실정“ 이라며 ”단속을 통해 불법 전단지들을 처리해도 엄연히 사유 건물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민원이 들어 올 때 마다 시민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려 노력 중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불법 및 각종 전단지 도배에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항집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시재생 관점에서 공실률과 관련해 임대 전단지뿐만 아니라 기타 불법 전단지 등 각종 전단지가 도배돼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빈 집에 대해서는 정책이 있지만 빈 점포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어떠한 대책이 없는데,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