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씨는 2015년 뉴질랜드로 출국한 이후, 건강 문제와 코로나19를 이유로 재판 출석을 지속적으로 거부해왔다. 그 사이 재판은 무려 7년 넘게 지연됐고, 법망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시간만 흐르면 일부 금액을 납부하고 형식적으로 책임을 마무리하는 ‘버티기’가 반복된다면,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근본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허씨는 과거에도 탈세와 횡령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그는 벌금 254억원 가운데 30억원을 단 6일간 노역으로 탕감받았다. 하루 일당이 5억원으로 책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황제노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허씨는 여론의 압박 속에 나머지 224억원을 뒤늦게 자진 납부했지만,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은 이미 크게 훼손된 뒤였다.
이번에도 그는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5억6000여만원을 납부하지 않은 혐의로 2019년 기소됐으나, 재판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2007년 주식 매각 당시 지인 명의를 이용한 정황, 이후 수년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태도는 단순한 세금 탈루 수준을 넘어, 제도적 허점을 노린 고의적 회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제 사법당국은 단순히 혐의 입증에 그쳐선 안 된다. 허씨가 수년간 법정 출석을 회피할 수 있었던 배경, 검찰의 대응 과정, 형사절차를 무력화시킨 구조적 허점까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누구도 법망을 피할 수 없다. 허재호 역시 마찬가지다. 법과 국민을 기만한 범죄인을 더 이상 용인해선 안 된다. 공정과 정의의 가치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예외가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