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승연>광주의료원 설립, 지켜낸 병원 위에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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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승연>광주의료원 설립, 지켜낸 병원 위에 세워야 한다
김승연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공공의료강화 특별위원장
  • 입력 : 2025. 05.28(수) 13:53
  • 이 방어선을 다시 세우기 위한 열쇠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
김승연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본부 공공의료강화 특별위원장
2025년 6·3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공공의료의 방향성과 역할을 다시 정립해야 할 중요한 계기가 되어야 한다

팬데믹은 공공의료의 존재 여부가 국민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사회 전반에 각인시키며, 특히 재난에 취약한 지역일수록 공공의료는 시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료정책은 의료대란을 촉발했고, 이로 인한 의료공백의 장기화는 공공병원의 붕괴와 맞물려 지역 의료체계 전반을 무너뜨렸다. 감염병 시대의 국가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공공의료 체계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재 광주는 울산과 함께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지방의료원’이 없는 광역시다. 코로나19 당시 광주는 민간병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대응 혼선으로 시민 불안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2023년 12월 광주광역시는 ‘적자’를 이유로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을 폐업시켰다. 이 병원은 200억 원 이상의 시민 세금이 투입된 시설로, 병상 가동률 90% 이상을 유지해온 지역 내 공공의료기관이자 코로나19 전담병원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감염병 대응에 헌신한 기관이었기에, 단순 재정 문제로 폐업된 현실은 생명을 지킨 기관이 오히려 정책의 희생양이 되는 모순을 보여준다.

최근 광주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가 재개되고, 공공의료 확대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되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반드시 묻고 짚어야 할 질문이 있다.

“기존의 공공의료기관은 왜, 어떤 절차로, 누구에 의해 폐기되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성찰 없이 추진되는 광주의료원 설립은 정책 반복에 불과하다. 광주의료원 설립은 무(無)에서 시작하는 일이 아니다. 신뢰와 공공성을 갖춘 기존 기반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존의 공공병원조차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병원을 짓겠다는 계획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더구나 현재 강기정 시장이 추진 중인 ‘민간병원 기반의 의료공공성 강화 방안’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언제든 공공병원이 다시 폐업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설령 광주의료원이 설립되더라도 광주시립제2요양병원과 같은 사태가 다시 반복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지금 가장 우선되어야 할 일은 이미 존재했던 공공의료기관,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의 복원이다. 이 병원의 폐업과 관련하여 현재 ‘폐업처분 무효확인 소송’(2024구합594)이 진행 중이며, 이 소송은 시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공자산이 공청회, 의견수렴, 지방의회 의결 등 기본적인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폐기될 수 있는지를 법적으로 다투고 있다.

이 소송의 본질은 행정권의 자의적 결정으로부터 시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지, 그리고 지방정부가 공공의료기관을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묻는 중대한 공익적 소송이다.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공의료기관 일방 폐기의 선례를 바로잡고, 제2의 폐업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광주의료원이 설립된 이후에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광주의료원 설립의 출발점은, 지켜낸 병원 위에 세우는 것이다.

시민들의 신뢰를 얻었던 병원을 다시 복원하는 것, 즉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의 복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공공의료 회복의 출발점이자, 시민 생명권을 되찾는 실질적인 첫걸음이다.

정부는 대선 이후 공공의료 강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 광주처럼 공공의료 기반이 취약한 지역에 대해 집중적인 재정 지원을 실시하고, 다시는 공공병원과 지방의료가 무너지지 않도록 구조적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공공의료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작동해야 할 국가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이 방어선을 다시 세우기 위한 열쇠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
이 방어선을 다시 세우기 위한 열쇠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