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이어온 화순 기정떡…“발효의 미학, 지역과 함께 빚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농수축협·산림조합
3대째 이어온 화순 기정떡…“발효의 미학, 지역과 함께 빚다”
전통발효떡 농업회사 ‘사평기정떡’ 구경숙 대표
전통식품 발전 이바지 식품명인 지정
강한 막걸리 술맛 단점 보완 생산
지역 농특산물 활용 신메뉴 발굴
  • 입력 : 2025. 06.02(월) 12:55
  • 글·사진=조진용 기자
구경숙 사평기정떡 대표가 2005년 부터 단일 메뉴로 판매중인 ‘기정떡’
구경숙 사평기정떡 대표
화순군 사평면에 자리 잡은 ‘사평기정떡’은 3대째 가업을 이어온 전통 발효떡 전문 농업회사다.

34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구경숙 대표는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이어받은 기정떡의 맛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신메뉴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구 대표는 막걸리 특유의 강한 술맛을 줄이면서도 촉촉한 발효 떡 고유의 맛은 살리는 방식으로 대중화에 성공했다. 제조 과정에 반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서 연간 7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구 대표는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명인으로 지정되면서 아들에게 기정떡 고유의 맛을 계승하기 위한 전수교육에 임하고 있으며 지역 농가와 상생하기 위한 특산물을 가공한 신메뉴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화순군 사평면 사호로 214에 위치한 ‘사평기정떡’
●발효의 산물 ‘기정떡’

화순군 사평면 사호로 214. 왕복 1차선 도로에 들어서자 화순사평경찰서를 마주 보고 기왓장이 우뚝 솟아있는 2층 규모 한옥 건물이 눈에 띈다. 한옥 건물로 발걸음을 옮겨보니 고소한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건물 한편에서는 구경숙 사평기정떡 대표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을 먹기 좋게 자른 뒤 포장해 배송 트럭에 옮기느라 분주하다.

사평기정떡집은 30여년전 구경숙 대표의 어머니 이재덕씨에 의해 문을 열었다. 구 대표의 어머니 이재덕씨는 결혼과 동시에 고향 화순을 떠나 부산에서 생활했으나 고향이 그리워 객지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와 사평떡집을 인수했다. 1990년 이재덕씨의 장녀 구 대표가 떡집을 물려받으면서 사평기정떡으로 상호를 변경·운영하게 됐다.

당초 꿀떡, 찹쌀떡, 증편 등 다양한 떡을 판매했으나 소비자들로부터 막걸리를 넣어 발효시킨 기정떡의 호응이 잇따라 2005년부터는 기정떡 한 가지만 판매하고 있다.

기정떡은 쌀 침지(담그는 과정)를 거쳐 쌀죽을 쓴 밑밭에 지역 막걸리와 효모를 첨가해 반죽을 만든 다음 18~20시간 발효 과정을 거친 뒤 쪄내면 완성된다.

증편의 전남 사투리인 기정떡은 쌀을 막걸리로 발효시켜 만든 전통 발효떡이다. 원래 기정떡은 막걸리를 넣어 적절한 온도에서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여름한정 메뉴일 수밖에 없었다.

추우면 숙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과거에는 발효장비조차 없어 과거에는 별도로 불을 때서 반죽을 묵혀 만들어야 했다.

구 대표는 이러한 제약들을 극복해 내 막걸리 맛이 강하게 나는 단점을 보완하고 술맛이 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끈적거리지 않는 사평기정떡집만의 맛을 유지하고 있다.

수작업으로만 이뤄지던 제조 과정에 기계화를 도입해 반자동화 설비를 구축한 덕분에 소비자들의 많은 요구에도 충분히 주문량을 소화해 낼 수 있다.

판로는 현장판매와 전국택배로 지난해 기준 7억원을 기록했다.

●최상의 발효 적정 환경 유지 총력

구 대표가 기정떡을 만들며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발효의 정도이다.

구 대표는 “기정떡은 빵과 가장 흡사한 떡으로 술떡, 술빵, 기지떡,기주떡, 벙거지떡,쉼떡 등으로 불린다. 기정떡은 발효과정에서 생긴 숨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폭신폭신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며 “시루에서 김을 쐰 쌀가루는 희고 깨끗하며 윤기가 흐른다. 기정떡의 맛은 막걸리의 맛과 발효상태에 따라 좌우된다”고 말했다.

이어 “발효는 미생물을 이용해 만들어낸 효소 작용으로 유기물을 분해하거나 더 큰 분자로 합성하는 것을 뜻한다”며 “막걸리가 달고 좋으면 떡도 맛이 있고 막걸리가 시고 떫으면 맛이 없게 된다. 주위 온도와 습도 환경변화 등에 따라 발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떡반죽 보관 등 적절한 기온 유지에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특산물 활용 신메뉴 모색

완벽한 기정떡을 만들어내기 위한 구대표의 노력은 식품명인 지정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8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기정떡 제조 비법을 계승·발전시켜 산업화에 성공하고 전통식품 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토대로 식품명인 81호로 지정했다.

명인 지정 외에도 경연대회와 정부 부처 장관의 표창 등을 받아 명인으로서 자리를 굳혀 왔다.

2016년 KOREA 월드푸드 챔피언십 대상, 2017년 한국 국제요리경연대회 대상, 2017년 국제요리&제과 경연대회 최우수상과 대한민국 소상공인 기능경진대회 대상 등을 받았다.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된 구 대표는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에 식품명인 표시를 할 수 있고 지정분야의 기능전수자 지정·운영 등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구 대표는 아들 2명에게 기정떡 기능 후계자 수업을 하는 중이다.

구 대표는 “공통된 음식요리 방법으로 조리를 해도 명인만의 비법을 흉내 내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과 실패가 필요하다는게 요리학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며 “발효는 기다림의 연속이고 성급하면 자칫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기정떡 맛에 변형이 생길 수 있어 더디더라도 대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꼼꼼히 지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기정떡은 재료를 첨가해 자색고구마기정떡,뽕잎기정떡, 울금기정떡 등 총 4가지가 출시됐다. 지역 특산물을 연계한 신메뉴를 선보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구경숙 사평기정떡 대표는 “지난해 대형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가 진도군의 특산물인 대파를 가공·첨가해 판매를 한 적이 있다. 화순군은 산지면적이 73%를 차지해 풍부한 일조량으로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 복숭아, 블루베리 등이 대표 특산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활용한 기정떡을 개발해 내 지역 농가와 함께 성장해 나가기 위한 방법들을 찾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