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가유산청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가 발표한 ‘함평 마산리 표산고분군’ 발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표산고분군의 장고분은 일본 규슈에서 보이는 무덤 형태와 비슷했다. 전형적인 일본계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지역에서 생산된 토기와 중국 남조 시대 동전문양도기, 백제계 유물 등이 출토됐다고 한다. 특히 연구진은 표산고분군이 사전 측량과 설계가 이뤄졌고, 고분 둘레에 축조된 도랑과 지상의 석실이 마한 분구묘의 대표적인 구조라는 것을 밝혀냈다. 장기 보존과 구조 안정성을 고려한 수준 높은 공법도 적용됐다고 한다. 유산청은 17일 오전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개최한다.
마한은 한반도 서남부에 분포했던 54개 소국의 연맹체로, 삼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백제와 후속국가의 기원과 뿌리를 이해하는 열쇠로도 중요하다. 최근 학계에서도 백제가 마한에서 성장한 세력이 중심이 됐고, 마한의 유민과 문화를 수용하면서 국가를 형성했다는 연구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마한은 북방·동남부를 중심으로 한 편향적 서술로 그 실체가 거의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동아시아 고대사를 밝혀낼 일본 열도 초기 세력과의 연계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역사학계는 이번 표산고분군의 발굴을 계기로 한반도 서남부에서 활약했던 마한의 실체와 역사가 규명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역사 속에 엄연히 존재하고 번영했던 마한에 대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마한사는 단순한 고대 부족사의 복원이 아니고, 한국 고대사의 다원성을 회복하고 백제와 호남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