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성열> 먼저 온 통일, 탈북민들의 잇단 죽음이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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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성열> 먼저 온 통일, 탈북민들의 잇단 죽음이 주는 의미
박성열 숭실대 숭실평화통일연구원 교수
  • 입력 : 2022. 12.21(수) 16:10
  • 편집에디터
박성열 교수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넘어 온 탈북민들의 비극적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에 서울 관악구 임대아파트에 살던 탈북민 모자가 죽은 채 발견됐다. 굶어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10월에는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40대 탈북 여성이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죽은 지 오래됐다는 뜻이다. 지난 11월 7일 김해시 원룸에 사는 20대 탈북민은 방에 약봉지가 가득한 채 죽어 발견됐다.

오로지 살아보고자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찾은 남한 땅에서 잇따라 죽음으로 발견되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심할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지난 11월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은 3만 3800여명이다. 이들 중 남한 입국 후 거주 불명자가 869명(통일부, 2021년 기준)에 달한다. 이들 중 733명이 해외 출국으로 알려졌고 국내에서 거주를 알 수 없는 자(거주 불명)가 63명이나 된다. 거주 불명자는 생사 확인이나 경제적, 심리적 위기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생계 급여나 의료 급여 수급이 불가하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월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 비율이 일반 국민은 6.8%인 반면 탈북민은 33.8%이다. 탈북민들은 직업 안정성이 낮고 상당수가 남한 입국 과정에서 브로커에게 빌린 돈을 갚거나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친척에게 돈을 송금하고 있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다.

경제문제 외에도 아직까지 탈북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고, 북한의 전체주의적 생활양식에 익숙한 탈북민들이 경쟁과 개인주의 중심 남한 생활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목숨을 걸고 넘어온 한국에서조차 비참한 생활을 하는데 대한 자괴감과 자존심으로 주변에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살아갈 희망을 접는 것이다. 많은 탈북민들이 남한에서 새 보금자리를 꾸미고 있으나, 또 다른 탈북민들은 힘겨운 생존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탈북민 관리 주무 부처인 통일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탈북민 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탈북민들은 남한 입국후 국정원의 합동신문 과정을 거쳐 통일부 산하 하나원에서 3개월 적응 교육을 받고 우리 사회에 배출된다.

하나원을 나온 이후에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며 통일부가 전국의 25개 하나센터를 통해 이들에 대한 취업과 교육 등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탈북민들이 전국적으로 3만3000명이 넘는 상황에서 하나센터를 통한 탈북민 지원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탈북민도 입국해 국민이 된 이상 종합행정 기능을 수행하는 행자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들에 대한 복지와 행정 서비스를 주로 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행자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읍면동사무소가 지역내 탈북민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교육, 취업, 복지 대책을 유관 기관과 협의해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하부조직이 없는 통일부가 시도의 25개 하나센터를 통해 전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부처 이기주의를 벗어나 탈북민에 대한 관리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여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탈북민들은 먼저 온 통일이자 미래 남북한 통일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리운다. 3만 3000여명의 탈북민들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2500만 북한 동포들과 통일을 이루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광주·전남에도 1190여명의 탈북민이 거주하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지역에서부터 탈북민들을 따스한 마음으로 돌아보고 함께 하며 이들이 남한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도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