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봉사 30년…이동 미용차가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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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미용봉사 30년…이동 미용차가 꿈입니다”
정종수 나주 하루미미용실 원장
매달 3~4차례 이·미용 봉사활동
어르신 향한 손길 멈추지 않아
  • 입력 : 2025. 07.01(화) 11:38
  •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
정종수 하루미미용실 남평점 원장. 최동환 기자
정종수(왼쪽 두 번째) 하루미미용실 남평점 원장과 미용봉사단체 ‘아름’ 회원들
“머리 손질 후 웃어주는 어르신들을 보면 부모님께 효도한 기분입니다. 그게 제겐 가장 큰 보람이죠.”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 자리한 하루미미용실. 이곳의 정종수(56) 원장은 30년째 어르신들을 위한 ‘미용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매달 3~4차례는 기본, 많게는 8차례까지 요양원과 마을을 직접 찾아가 이발과 미용을 무료로 제공한다.

정 원장의 미용 인생은 서울에서 시작됐다. 전북 남원 출신으로 상무대에서 군복무를 마친 그는, 장모의 권유로 미용 자격증을 취득했고 1998년 광주 염주동에 ‘JM미용실’을 열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그의 봉사는 우연히 시작됐다. 아동복지시설 ‘신애원’을 찾은 것이 계기였다. 그는“지인의 권유로 신애원에 혼자 봉사하다가, 점점 다른 원장님들도 함께하게 됐다. 한 달에 두 번씩은 꼬박 갔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후 ‘봉사하는 미용사’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2018년엔 나주 남평으로 거처를 옮기고 ‘하루미 남평점’을 열었다. 지역 요양원을 돌며 꾸준히 봉사를 이어가던 그는 2020년 미용 자격증을 지닌 봉사자 5명을 모아 봉사단체 ‘아름’을 만들었다. 현재는 지역 방범대와 협력해 40여명의 회원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정 원장은 “혼자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누군가 도와주면 훨씬 많은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봉사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요양원을 넘어 정신병원, 오지 마을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전남도의 ‘찾아가는 행복버스’가 도착하는 현장에도 빠짐없이 동행한다.

하지만 봉사가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그는“머리 손질 도중 어르신이 돌아가신 적도 있다. 말로 못할 충격이다. 그래도 웃으며 다시 가야 하니, 감정 정리를 못한 채 일해야 할 때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꾸준한 이·미용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각종 표창장을 받을 땐 보람도 느낀다. 정 원장은 헌신적인 자원봉사 활동으로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에 기여한 공로로 △2022년 10월 숨은의인상(나주시) △2023년 1월 국립나주병원장 표창장 △2024년 12월 전남도지사 표창장 등을 수여받았다.

정 원장은 “어르신들이 머리 예쁘게 해줬다고 웃으며 인사해줄 때 저는 이미 큰 보상을 받은 셈인데, 표창장까지 받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짐했다.

그가 요즘 가장 바라는 건 ‘이동 미용차’다. 정 원장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어르신 머리를 깎는 건 허리에 무리도 많고, 샴푸나 염색을 마친 뒤 씻겨드릴 시설도 없다. 여름엔 땡볕, 겨울엔 찬바람 맞으며 하기도 한다”며 “제가 그만두더라도 누군가는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진짜 봉사는 시스템을 남기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동 미용차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나주시에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했지만, 차량 구입과 유지 문제로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