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발사, 인내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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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위성 발사, 인내심 가져야
박성원 정경부 차장
  • 입력 : 2008. 12.08(월) 00:00
지난 3일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에 있는 한국 최초의 우주로켓 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에서 기자 대상 현장설명회가 열렸다.

평소 엄격한 취재 제한조치를 취해왔던 우주센터가 설명회를 자청한 것을 놓고 당초 연말로 예정됐던 인공위성 발사 일정이 내년 상반기로 연기된 데 따른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설명회는 로켓과 관련된 연구성과 발표와 발사대 조작 시연, 내년 2분기(4~6월) 100㎏급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발사될 우주로켓발사체(KSLV-1) 지상실험 모델 공개 등의 순으로 이뤄졌다. 국내 첫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설명회에는 4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려 뜨거운 취재 경쟁을 벌였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에게 집중된 기자들의 질문 중 하나는 인공위성 발사 연기 이유. 민 센터장은 러시아와의 기술보호협약 체결 지연으로 발사대 설계도 전달 시점이 계획보다 늦어졌다는 점을 꼽았다. 발사대 시스템 정착이 지연되면서 러시아가 요구한 총 321개 항목에 이르는 사전 점검실험 및 인증을 위한 시간이 부족해 부득이하게 발사 시점을 늦췄다는 것.

내년 상반기 정확한 발사 시점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과 민 센터장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기자들은 정확한 발사 일자 공개를 요구했지만, 민 센터장은 '사전 모의실험과 시스템 점검이 완벽하게 끝나면 발사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국내 발사체 기술이 미흡해 러시아의 기술력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발사 시점을 결정할 수 없는 센터측의 고민이 느껴진 대목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첫 발사에 성공한 확률이 27.2%에 불과할 정도로 로켓 발사가 정교하고도 어려운 작업이라는 점도 구체적인 발사 시기를 확정하는데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긴 하지만 인공위성 발사 시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성공적인 로켓 발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주도면밀한 점검과 치밀한 예행연습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는, 모든 준비가 마무리됐을 때 발사 시기를 정해도 늦지 않다.

위성 발사가 6개월 정도 늦춰졌다고 해서 서둘러선 안된다. 오히려 발사 준비를 위한 시간을 더 벌었다는 생각으로 로켓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발사 시스템 점검에 매진해야 한다.

쓸데없는 조바심이 일을 그르친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압감에 시달리는 우주센터 관계자들의 어깨를 가볍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우주로의 첫 도전, 서두른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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