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삼 따라 지구 세바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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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삼 따라 지구 세바퀴 반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가 김찬삼
김찬삼ㆍ김재민 글ㅣ오동 그림ㅣ길벗어린이ㆍ1만2000원
  • 입력 : 2010. 01.08(금) 00:00

지금이야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고,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어학연수를 가지만, 한국 최초의 세계 여행가 김찬삼(1926~2003ㆍ사진)이 살았던 그 시절은 한국전쟁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아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가난했던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김찬삼은 세계를 보여주는 창구였다.

비록 헐벗고 끼니를 때우기 힘들었지만 어린이들은 김찬삼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아테네의 신전을 거닐고, 파리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아프리카의 초원과 정글과 만났다.

김찬삼은 1958년부터 1961년까지 2년 10개월 간 59개 나라, 지구 세 바퀴 반의 거리를 여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 여행가로 유명하다. 총 세 차례에 걸쳐 세계 일주를 하고, 평생 동안 20여 차례나 장기 배낭여행의 기록을 남겼다. 그가 여행으로 보낸 시간을 계산하면 14년으로 지구 32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김찬삼의 아버지는 법관이었다. 그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세계여행이라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김찬삼을 설명할 순 없다. 김찬삼이 처음 여행에 나섰던 시절, 해외여행을 경험해 본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던 한국인에게 세계는 여전히 책에서만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김찬삼도 어린시절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읽고 김찬삼의 '서방견문록'을 쓰겠다는 꿈을 꿨다. 김찬삼은 그러나 꿈을 꾸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치밀하게 준비했다.

지리학을 대학 전공으로 선택했고, 우리 땅 방방곡곡을 자전거로 여행했다. 미국 유학을 가서는 남미를 여행하기 위해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짧은 여행으로 예행연습을 했다. 강도를 만나 돈을 털리고 영양실조에 시달리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60세가 넘은 나이에 고대 무역로인 '실크로드' 여행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김찬삼은 '세계일주 무전여행기', '끝없는 여로', '세계의 나그네' 등을 비롯해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김찬삼의 세계여행'으로 한국인을 세계 속으로 끌여들였고, 보다 넓은 꿈을 꾸게 했으며, 집념을 가르쳐줬다.

여행가이자 구호활동가인 한비야와 산악인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알피니스트 박영석 등 많은 사람들이 어린시절 김찬삼의 여행기를 보고 꿈을 키웠다고 한다.

"지도와 카메라만 있다면 세상 어디를 가도 두렵지 않다"고 말하던 김찬삼. 그에게서 우리는 편한 삶보다 개척하는 삶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조사라 기자 srch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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