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ㅣ한희원 |
내 손톱을 장악한 한 남자가 살고 있다.
자꾸 자기 말 좀 들어보라며 나를 불러들인다.
무시를 할수록 자꾸 성가시게 군다.
귓가에 쟁쟁하게 맴도는 그 말은
달콤한 사탕을 물려주는 유혹과 같다.
더욱 들여다보라고 보채는 남자,
이 남자가 주는 카타르시스라니!
칠을 벗길수록 더욱 강해지는 스릴정도는
그도 잘 알고 있어 나를 정도껏 조종한다.
받아들이기 힘든 컬러를 자꾸 재촉한다.
바르라는 속삭임이 귓바퀴를 타고 들려오면
어쩔 수 없이 들여다보고 한참 얘기를 해주어야 한다.
이것으로 나는 어디에서나 돋보일 것을 예상한다.
그냥 이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이렇게 말을 잘 들으면 일주일은 잠잠할 테지.
손톱 속 남자는 변덕이 심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곧 내가 원하는 것, 어느새 이 유혹에 빠져 있다.
손톱 안에 살고 있는 남자,
칠을 지우면 죽어버리는 가혹한 운명의 남자,
내 손톱 안엔 한 남자가 징그럽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