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외부칼럼
외상센터
  • 입력 : 2013. 06.26(수) 00:00

우리나라 응급실의 단계는 3단계로 구별되어진다. 경증의 환자를 진료하는 응급의료기관, 중등도의 환자를 진료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 가장 중증의 응급환자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나뉘어져 있다. 최근 응급실의 단계를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센터의 2단계로 나누어 제도를 정비하고자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이고 여러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양론이 펼쳐지고 있다. 한편 이것과는 별도로 몇 년 전부터 권역외상센터와 응급헬기 사업이 정부 주도하에 시작되어 지난해 가천대 길병원과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천안 단국대병원, 목포한국병원, 경북대병원이 선정되었고 올해 4개의 병원을 추가로 지정하는 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선정된 병원 중에는 석해균 선장을 치료했던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이 탈락함으로써 논란이 되기도 했고 지난해 탈락했던 병원들을 포함해서 많은 병원들이 권역외상센터에 지원하고 있으며 광주에서도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이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외상센터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졌고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가 집중 보도되면서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외상환자 예방 가능 사망률이 선진국의 10%에 비해 35% 정도 되는 결과를 두고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서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여러가지 형태의 외상센터 모델의 개발 과정을 거쳐 현재의 권역외상센터 방안이 확정되었다.

외상센터의 핵심은 무엇일까. 중증외상환자가 왔을 때 외상팀이 가동되어 단시간 내에 치료와 진단과정을 거쳐 환자를 안정화 시키고 응급수술이 필요하면 외상외과 등에서 즉각적인 수술을 시행하며 중환자실 치료까지 외상센터가 담당하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외상외과와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모든 관련 진료과의 인력을 24시간 외상 환자 전담으로 갖추어야 하고 헬기장, 외상환자 처치 구역, 수술방, 중환자실, 병동 등을 외상환자 전용으로 구비해야 한다. 또 이러한 진료과와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간호사, 응급구조사, 행정요원 등이 필요하며 필요한 장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예산만도 수십억 원에 이를 것이다. 많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들이 외상센터를 유치하고자 하는 의욕은 있지만 선정된 후의 일을 더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80억원이라는 초기 지원금을 1개소의 외상센터마다 지원하고 매년 별도의 운영 지원금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선정되는 센터와 내년부터 추가로 선정되는 외상센터를 합하면 10개에서 20개 가까운 외상센터가 세워질 예정이고 모든 외상센터에 매년 거액의 운영 적자를 보존해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해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외상센터는 구조적으로 절대 흑자 경영을 할 수 없는 분야이고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한데 적자를 지원해줄 능력은 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의 의료 보험 제도와 환경이고 또한 적자 보면서 사회에 기여할 외상센터는 없을 것이다.

목포한국병원과 광주의 대학병원 중에 한군데가 선정되면 향후 광주 전남 지역은 두 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운영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광주의 다른 병원과 목포의 다른 병원, 순천이나 여수의 다른 병원은 중증 외상 환자를 보지 못하게 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외상전문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조선대병원이 외상환자를 독점하지는 않았듯이 권역외상센터가 중증외상환자를 독점하지는 못할 것이고 적절한 환자의 분산은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외상센터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용역 사업의 결과를 가지고 센터의 지정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중증 외상 환자라 하더라도 한군데의 외상센터가 다 치료를 책임질 수는 없고 많은 중증 외상 환자는 다양한 수준의 병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외상 시스템 개발을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지만 두 개의 대학병원과 많은 종합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장점을 보강하고 발전시키는 중증 외상 환자의 진료시스템을 개발하는 방법은 없을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응급의료센터가 이원화 된다면 외상 진료 체계도 몇 곳의 외상센터와 여러 곳의 지역 외상센터로 이원화시키는 것은 어떨까. 지금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율을 낳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방향으로 외상체계는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外傷>

조수형 조선대병원 응급의학과
외부칼럼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