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기관 평가를 통해 본 응급의료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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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통해 본 응급의료체계
  • 입력 : 2013. 12.13(금) 00:00

응급의료기관은 매년 1년에 한차례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시행하는 평가를 받는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의 3단계로 이뤄진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등급에 따라 인력, 장비, 시설에 대한 최소 기준이 있고 이러한 기준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를 평가받고 그 결과에 따라 차등 지원을 받는다.

평가단의 일원으로 대전시와 전북도, 광주시와 전남도의 여러 응급의료기관을 돌아보았는데 대도시의 대형병원 응급실에서부터 배를 타고 들어가야 갈 수 있는 취약지 응급실까지를 보면서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현실과 문제점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또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의 병원장님과 직접 근무하는 응급실 의료진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고 같은 응급의료인으로서 공감을 느끼면서 평가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오래전부터 시행돼 온 이러한 평가에 대해 시설과 장비는 어느 정도 기준을 충족하고 있었지만 주로 의사와 간호사로 이뤄져 있는 인력은 기준을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군(郡)단위의 응급실은 시설과 장비마저도 너무 열악해 보여 이런 환경에서도 응급 환자를 진료 하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지역민과 응급환자를 위한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실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까지도 들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의료기관의 편중에 따른 지역 편차는 심각한 문제점이다. 특히 응급환자를 진료해야하는 응급의료기관의 적절한 배치는 반드시 필요한 문제인데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농어촌 취약지역에서는 적은 수의 환자를 진료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시스템은 적자 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의 '빅 5'에 속하는 병원과 대학병원의 응급실은 응급환자의 과밀화가 주된 문제지만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응급의료기관은 응급환자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군 단위의 병원은 환자 수로만 따지면 굳이 응급실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정도다. 그러나 응급의료체계는 환자의 발생수로만 따질 수 없는 중요한 의료의 기본 시스템으로 공공의료에 속한다. 이런 군 단위에서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인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일하시는 분들이다. 대부분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높은 급여와 좋은 환경의 대도시에서 근무하려고 하는 현실 속에서 야간에까지 일해야 하는 응급의료인을 구하기는 군 단위 병원의 절박한 문제로 느껴진다.

응급의료기관의 평가는 응급환자를 적절하게 진료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부족한 점과 문제점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해야 한다. 초기에는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지역 병원의 문제들이 반영되지 않은 평가 기준으로 평가에 대한 반감도 있었으나 평가 기준을 완화시키고 유연하게 변화시키면서 어느 정도 평가 기준에 대한 불만은 사라진 상태다.

최근 3단계로 이뤄진 응급의료기관을 지역 센터와 기관으로 2단계화하는 논의가 시작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역에 따라 2단계화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많은 대학병원들이 있는 서울이나 2개의 대학병원이 있는 광주의 경우처럼 진료 능력이 비슷한 대학병원 중에서 어떤 곳은 권역센터가 되고 다른 곳은 지역센터가 되는 것도 비효율적이 될 수 있다. 광주의 경우 3~4군데의 센터급 응급실과 5만~10만명 당 한군데의 기관급 응급실이 지역별로 잘 분배된다면 효율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센터급 응급실은 중증외상 환자, 급성 뇌혈관 환자, 급성 심혈관 환자 등 긴급하고 전문적인 처치가 요하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기관급 응급실은 경증의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하면 된다.

이번 평가를 통해 느낀 지역에 따른 응급의료기관의 불균형, 국가적인 지원 부족과 지원의 불평등, 취약지역 응급실의 의료인력 부족 등 문제점은 많고 해결방안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마다 응급의료체계와 관련된 위원회가 있고 정기적인 회의도 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지역 응급의료위원회의 노력이 계속된다면 응급의료체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조수형 조선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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