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 멀쩡… 강바닥은 이미 죽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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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겉모습만 멀쩡… 강바닥은 이미 죽어있었다
영산강 환경조사 르포
  • 입력 : 2014. 07.09(수) 00:00
박창근(오른쪽) 관동대 교수와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8일 영산강 승촌보 인근에서 강 바닥에 쌓인 저질토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작은사진은 광주 광산구 호가정 인근 영산강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배현태 기자 htbae@jnilbo.com

사라진 모래

자정작용 천연필터 자취 감춰
흙 퍼올리니 시궁창 악취
유속 확 줄어 녹조현상 심각

큰빗이끼벌레

하천 생태계 교란 외래종
호가정 인근 군락 무더기 발견
궁극적으로 승촌보 허물어야

"이렇게 검게 썩어 악취가 진동하는 물질이 영산강 바닥을 뒤덮고 있습니다. 강바닥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이미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8일 오전 4대강 사업 구간의 하나인 영산강 승촌보 앞.

최근 4대강 사업 구간에서 태형동물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돼 수질오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의 영산강 현장조사가 벌어졌다.

장맛비에 녹조가 사라질 법도 했지만 군데군데 푸릇푸릇한 녹조현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임낙평 의장은 "한여름이 되기 전 벌써부터 녹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갈수록 심각한 문제다. 오늘 현장조사도 영산강 오염의 심각한 상황을 체감하기 위한 자리다"고 밝혔다.

현장조사에 참여한 박창근(53)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승촌보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배를 타고 유속을 측정했다. 유속은 초속 8~9㎝로 낙동강의 하류 지점과 비슷했다. 이는 승촌보가 들어서기 전 정상 유속(초속 50㎝)의 6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박 교수는 연이어 그래버(grabber)란 장비로 수심 3~4m 깊이의 강바닥 저질토(흙)를 채취했다. 이번 영산강 강바닥 저질토 채취 성분조사는 승촌보 건설 이후 처음이다.

채취 장비에 담겨 올라온 것은 모래가 아닌 검게 썩은 오염물질이었다.

박 교수가 저질토를 손으로 떠올리자 시궁창에서나 맡을 수 있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박 교수는 "승촌보가 건설된 지 3년만에 모래 성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염 물질이 10㎝이상 쌓여버렸다"면서 "보가 들어서기 전에는 모래로 된 바닥층에 다양한 생명체가 살면서 저마다 자정작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보 주변은 유속이 있어 덜하지만 다른 하천 바닥은 전부 오염물질로 쌓여있을 것이다"면서 "정부는 하천의 저수량을 늘려 수질을 개선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현장조사로 살펴봐서는 어불성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광산구 호가정 인근에서는 오염된 수역에서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 이곳에는 큰빗이끼벌레 수십 개가 군락을 이뤄 심한 악취를 풍겼다.

최근 금강, 낙동강 등 4대강 사업을 벌인 곳에서 대거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는 큰빗이끼벌레가 영산강에서도 관찰돼 생태계 교란이 우려되고 있다.

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큰빗이끼벌레가 최근 영산강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 메시지다. 물이 본연의 자정작용을 할 수 있게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면서 "4대강 사업이 목적대로 이뤄졌는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피해정도와 문제점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시영 기자 sycho@jnilbo.com


<그림1중앙>큰빗이끼벌레

깃털이끼벌레목 빗이끼벌레과에 속하는 태형동물의 일종이다. 동종의 여러 개체가 군집을 이뤄 서식하는 형태로, 직경이 2m에 이르기도 한다. 반투명한 몸을 형성한다. 4대강 작업이 있었던 낙동강, 금강 등 일대에서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수질 오염의 증표로 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발표를 통해 4대강 일대 큰빗이끼벌레의 시작은 공사 이후가 아닌 1990년대부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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