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10명… 특별법은 제자리… 슬픈 팽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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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돌아오지 않는 10명… 특별법은 제자리… 슬픈 팽목항
■ 자원봉사자 등이 바라본 유가족들의 100일
  • 입력 : 2014. 07.24(목) 00:00
<그림1중앙>
<그림2중앙>
간절한 귀환희망 글귀
볼 때마다 울컥울컥

바다 보는 실종자 가족
불현듯 눈물 그렁그렁

마지막까지 아픔 함께
자원봉사자 반짝반짝

아픔 없는 안전한 나라
한마음으로 빌고 빌어



팽목항은 말이 없었다. 화창한 날씨 속 바다는 평온했다.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바다를 한 실종자 가족이 하염없이 바라봤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22일 진도 팽목항은 언제 그런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조용했다. 바람소리, 종소리,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승려들의 목탁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남은 실종자 10명의 이름이 적힌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한 쪽에서는 그들의 귀환을 기다리는 희망글귀를 담은 별 모양의 메모판이 미세하게 흔들릴 뿐이었다.

메모를 살펴보던 중년남성이 눈물을 울컥 쏟아냈다. 쉽게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온몸이 들썩였다. 그는 실종자 가족이 아니었다. 정년퇴직한 60대의 대한민국의 아버지였다. "현장에 오니 뭔가가 솟구쳐 오른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그는 또 다시 고개를 떨궜다.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이내 호흡을 가다듬었다.

경주에서 30여년 교편을 잡았다는 그는 눈물을 흘리며 "나부터가 기성세대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반성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싶어서 찾아왔다.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갓난 아이를 안고 팽목항을 찾은 한 젊은 부부도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을 팽목항 불침번이라고 소개한 한 중년 남성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잊지 않을 안전 장치를 해야 한다"면서 "진실이 기록되고 정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294명의 시신이 수습되면서 남은 실종자는 단원고 학생 5명, 교사 2명, 일반인 부자 2명, 일반인 여성 등 10명이다.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마지막 혼자 남겨지길 두려워 한다"고 팽목항에서 줄곧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 남성이 전했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아직도 그들과 상처를 함께하기 위한 이들이 여럿 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밥차로 음식을 제공해 온 박경신(60)씨 등 적십자사 진도지구 협의회 회원들도 그들이다.

진도체육관에서 100일간 배식봉사를 하고 있는 박씨는 "실종자 가족들의 상처가 너무도 컸기에 처음에는 선뜻 말을 거는 것도 힘들었다"면서 "이제는 서로 일상적인 농담을 주고 받는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뒤돌아선 가족들의 슬픈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집나간 가족들을 찾는 그날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이경원(78ㆍ여)씨는 봉사를 한 뒤 짬을 내 원불교 신자들과 함께 팽목항 등대 밑에서 기도를 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온 한의사, 서울에서 온 의사, 울산에서 온 수녀님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남겨진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이곳에 있다. 그들의 안전을 책임질 경찰 기동대원들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은 광주 경찰청 2기동대원들이 무더위와 싸워가며 가족들 곁을 지켰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추모객과 자원봉사자도 있다.

이날 오전 진도체육관에는 30명 어머니들이 과천과 고양 등지에서 진도를 찾았다. 김종숙(73ㆍ여)씨는 "지금 쯤이면 일손이 끊기는 시점인 것 같아 왔다"면서 "내 손자도 희생된 아이들과 같은 또래인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잊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자원봉사를 위해 체육관을 찾은 이점숙(60ㆍ여)씨 등 5명도 교대로 세탁봉사를 했다.

가족들에게 청결한 이부자리와 옷을 선사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진도에서 희생자 가족들 곁을 지킨 모든 이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잊혀져서는 안된다. 값진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추모 시설을 건립했으면…"

조시영 기자 sych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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