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일꾼'에 순천ㆍ곡성 마음의 빗장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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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힘있는 일꾼'에 순천ㆍ곡성 마음의 빗장 풀다
새누리 이정현 승리 배경
'동부권 발전론ㆍ예산폭탄'에 지역표심 요동
중앙당 지원 거부ㆍ나홀로 선거운동 '동정심'
'원포인트 의원론'ㆍ지역민 실리 선택도 한몫
  • 입력 : 2014. 07.31(목) 00:00
순천ㆍ곡성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지난 17일 순천시 한 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당선인측 제공
2년전 열린 19대 국회의원 선거 광주 서구을 지역구에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정현 순천ㆍ곡성 국회의원 당선인은 선거 막판 여론조사에서 통합진보당 후보였던 오병윤 의원을 앞질렀다.

이 당선인은 비례대표로 입성한 18대 국회에서 '호남 예산 지킴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새정치민주연합(당시 통합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대구 수성구갑에서 선전하자 지역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여야 대표 후보로 부각되면서 여론의 관심도가 높아져 지지율이 상승했던 것.

하지만 당시 이 당선인은 "투표소에 들어가 5초만 고민하면 저를 안찍을 겁니다"라며 낙관론을 경계했고 결과적으로 39.7%라는 득표율을 올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 정치구도에서 새누리당을 거부하는 호남의 '숨은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2년전 반(反) 새누리당에 대한 지역 정서를 온몸으로 경험한 이 당선인은 이번 7ㆍ30 보궐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첫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열매를 따냈다.



●'힘 있는 일꾼론' 통했다.

이 당선인은 출마 초기 부터 선거를 '힘있는 일꾼 적임자' 구도를 만들었다. 출마 선언을 하면서 "예산 폭탄을 퍼부을 자신이 있다. 이번에 기회를 주시면 순천ㆍ곡성을 포함해 전남 동부권 발전을 10년 이상 앞당길 자신이 있다"고 지지를 부탁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미치도록 일하고 싶습니다. 한번만 손을 잡아주십시오"라고 지역민들에게 읍소했다. 정당에 따른 투표가 아닌 '지역발전 적임자가 누구냐'라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현 정권의 실세라는 인식이 표심을 자극했다. 순천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선 이 후보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지만 예산을 확보할 만한 힘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었다"면서 "그런에 이번엔 실세라는 점 때문에 그의 발언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즉 '살아있는 권력'의 실세에 대한 기대감이 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박근혜 프레임'에 갇히지 않았다.

이 당선인이 순천ㆍ곡성에 던진 '예산폭탄'이라는 카드는 그에게 '일거 양득'의 효과를 줬다. 예산폭탄은 '힘있는 일꾼론'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여ㆍ야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 과정에서 이 당선인은 그의 치명적 약점인 '박근혜 프레임'에 갇히지 않았다. 중앙당의 지원을 포기하고 나홀로 유세를 한 것도 지역민들에게 동정심을 이끌면서 박근혜 정권의 실정이 그에게 오버랩되는 것도 차단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 당선인에게 박근혜 정권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전략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국회의원 인턴론 효과

이 당선인은 "보궐선거니깐 당선되더라도 1년6개월 동안 사용하고 잘못하면 쓰레기통에 넣으면 된다"고 외쳤다. 이른바 '국회의원 인턴론'으로 '반 새누리당 표심'을 '실용주의적 표심'으로 이동시켰다. 실제 순천시민들 사이에서는 "야권 텃밭으로 여권 후보를 찍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임기가 2년도 되지 않으니깐 '평가' 차원에서 한번쯤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새정치에 민심 이반

오래전부터 감지되던 순천의 탈(脫) 새정치연합 정서도 이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순천지역은 야권 성향이 강하다. 진보당에 우호적인 표심이 많은 반면, 호남의 실질적인 여당인 새정치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순천ㆍ곡성이 이번 선거에 주목을 받은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순천시장 선거의 경우 민선 5기와 6기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충훈 시장이 당선됐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통합진보당 김선동 전 의원 재선에 성공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이정현 돌풍'을 차단하기 위해 지도부가 릴레이 지원에 나섰고 '예산 폭탄론'에 대해 '거짓 공약'이라고 반격했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지역을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이냐"는 역풍을 맞아야했다.

'정권 심판론' 및 '거대 여당 견제론' 역시 야권의 텃밭인 전남 유권자들에게는 피로감을 느끼게하면서 새정치연합이 지지층 흡수에 실패했다.

전남지역 새정치연합 한 인사는 "새정치측에서는 2년전 광주 서구을 선거 결과를 생각하고 선거 초반 안일하게 선거 전략을 짜면서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우석 기자 wsj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