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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공공보건에 대한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가 부상하면서 개별 국가들의 주권은 힘을 잃었다. 공공보건 및 의학에 신자유주의를 적용한다는 것은 의술의 상업화와 민영화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의사의 치료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이 되고 환자는 '의뢰인'이나 '고객'이 된다는 뜻이다.
신자유주의의 염원대로 공공서비스는 민간사업이 되었고, 공공보건은 상업화되었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빈곤층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모든 의학ㆍ과학적 진보는 무색해지고 있다.
저자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과 함께 '파트너스 인 헬스'라는 단체를 설립해 20년 넘게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현재 이 단체는 국제 보건 평등을 위해 아이티를 비롯한 전 세계 20개 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폴 파머는 환자의 집을 찾아가고, 처방전 작성을 거들며, 타인을 보살피는 행위를 동반자정신이라는 단어 하나로 압축한다.
그는 의사나 간호사, 지역 보건 요원들이 환자의 '아꼼빠니에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꼼빠니에또'란 동반자가 되려는 사람을 뜻하는 아이티어다. 동반자정신은 의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개념이다. 동반자정신은 원조와 다르다. '원조'는 단기적이고 일방적인 느낌의 활동이다. 즉 한쪽은 돕고 다른 한쪽은 도움을 받는 것이다. 동반자정신은 원조라는 행위에 들어 있는 단기적이고 일방적인 성격을 없애려 노력하는 것이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헌신이며 가장 이상적인 의미의 파트너십을 의미한다. 폴 파머가 의사로 일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타인과 힘을 합칠 때, 타인과 이어져 있을 때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