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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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올드보이' 전성시대
  • 입력 : 2014. 12.17(수) 00:00

79세의 고령인 코미디언 쟈니윤(본명 윤승종)이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된 것은 올 8월이다. 그는 지난 2007년 미국 LA에서 열린 박근혜 미주후원회 발대식을 준비하고 후원회장을 맡은 전력이 있다. 2012년 7월에는 박근혜 대선 캠프의 재외국민본부장으로 합류했다. 누가 봐도 '보은 인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관광 분야의 문외한인 그가 홍보대사도 아닌 감사직을 맡게 되자 여기저기서 '코미디'라고 쑥덕댔다.

10월에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그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설훈 위원장은 쟈니윤에게 "정년이라는 제도를 왜 뒀나.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지니 쉬게 하는 것이다. 79세면 은퇴해 쉴 나이가 아니냐."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대한노인회 등은 노인 폄훼 발언이라고 발끈하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설 의원은 그 후 대한노인회를 찾아 해명했으나 사과 요구에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

민선 6기 들어 광주시에도 '올드보이'들이 잇따라 입성하고 있다. 윤장현 시장의 첫 공기업 사장 임명으로 관심이 쏠린 광주도시공사 사장에는 조용준(66) 전 조선대 교수가 선임됐다. 광주문화재단 사장에도 언론인 출신 서영진(65) 씨가 낙점됐다. 이들은 모두 윤 시장의 30년 지기 친구이고, 특히 서 사장은 '세교(世交ㆍ대를 이어 친분을 이어옴)지기'로 알려져 '절친 인사'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연내에 선임될 예정인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에도 대기업 사장을 역임한 오 모(67) 씨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오 씨는 윤 시장이 올해 초 발간한 자서전에서 '55년 지기'로 언급했을 만큼 가까운 사이다. 친구도 역시 잘 두고 볼 일이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할지라도 공기업 사장과 출연기관장에 시장의 '절친'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은 볼썽사납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모두 한 분야에서 일할 만큼 하고 은퇴한 '올드보이'라는 사실이다.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과시해도 부족할 판에 광주가 '올드보이' 전성시대로 가서는 곤란하다. 우리 사회가 노인들의 경험과 연륜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요직에 재기용하는 것은 또 다른 특혜다. 소문대로 테크노파크 원장에도 '절친 올드보이'가 선임된다면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박상수 논설실장 ss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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