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천둥 울지 않고 벌레는 아직 깨지 않았는데
산의 차나무는 움터서 새싹을 이루었네.
그리고 만든 이 차를 서거정(徐居正, 1420~1488)에게 보낸다. 서거정은 김시습이 보낸 차를 받고 「잠상인이 보내준 작설차를 고맙게 여기며」라는 시를 읊었다.
경주의 눈빛 종이로 봉지를 만들고
그 위에 초서로 두서너 글자를 적어 봉하였네.
봉함을 여니 하나하나 봉황의 혀
살짝 불에 쪼여 곱게 가니 옥가루 날리네.
서둘러 아이 불러 다리 부러진 냄비를 씻어
눈 녹인 물로 담담하게 차를 달이며 생강도 곁들이네.
이때 김시습은 세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번민 끝에 머리를 깎고, 납의(衲衣)를 입고 방랑의 길에 들어섰던 신분이었다. 서거정은 여섯 왕을 섬겨 45년간 조정에 봉사하였던 인물이다. 이처럼 서로의 신분과 지위는 달랐지만 차를 통한 김시습과 서거정의 끈끈한 우정과 소통을 느낄 수 있다. 차는 소통의 대명사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적인 측면에서 차는 따끈하게 연달아 마셔야 그 효능을 볼 수 있다. 차의 신체적 효능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질환인 순환장애를 따끈한 차가 소통시켜주기 때문이다. 암 역시 뜨거운 열기가 들어감으로 암세포를 사멸하거나 전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차의 성분들이 다양하게 작용하게 질병 예방과 치유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측면은 '명선(茗禪)', '다선일여(茶禪一如)',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이 있듯 차생활을 통해 명상을 유도하고, 자아성찰을 할 수 있으며 현대 문질문명으로 각박해진 정서함양과 내면의 치유를 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요즘 정부에서 열풍처럼 일어나는 할랄식품 등등을 대하니 우리에게 이미 가지고 있는 할랄식품은 힐링식품으로 차이다. 이는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할랄식품으로 차가 빠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할랄식품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하기보단 우리의 힐링문화가 바로 서길 바란다.
염숙 조선대 국제차문화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