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야기] 김시습과 서거정의 차 생활을 통해 본 소통과 힐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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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숙의 차이야기
[차이야기] 김시습과 서거정의 차 생활을 통해 본 소통과 힐링문화
무르익어가는 봄기운 서로 시를 주고 받아
신분ㆍ지위 달랐지만 차를 통한 우정ㆍ소통
차생활 통해 명상유도 자아성찰ㆍ내면의 치유
  • 입력 : 2015. 03.25(수) 00:00
며칠간 꽃샘바람이 제법 매섭게 불더니 남도의 들녘에서는 꽃들 향연이 벌여지고 있다. 섬진강을 중심으로 광양 매화마을에서, 구례 산수유 마을에서, 그리고 여기저기 골마다 개나리들의 소식들을 전하려는 봄바람은 분주하기만 하다.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고 가지를 흔들고 미소 지으며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강진 백련사에서는 동백은 낙화 모습으로 상춘객들을 유혹하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백목련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무르익어가는 봄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런 때에 유난히도 햇차가 기다려진다.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1435~1493)은 경칩을 전후하여 직접 차를 만들고 시를 읊었다.



봄 천둥 울지 않고 벌레는 아직 깨지 않았는데

산의 차나무는 움터서 새싹을 이루었네.



그리고 만든 이 차를 서거정(徐居正, 1420~1488)에게 보낸다. 서거정은 김시습이 보낸 차를 받고 「잠상인이 보내준 작설차를 고맙게 여기며」라는 시를 읊었다.



경주의 눈빛 종이로 봉지를 만들고

그 위에 초서로 두서너 글자를 적어 봉하였네.

봉함을 여니 하나하나 봉황의 혀

살짝 불에 쪼여 곱게 가니 옥가루 날리네.

서둘러 아이 불러 다리 부러진 냄비를 씻어

눈 녹인 물로 담담하게 차를 달이며 생강도 곁들이네.



이때 김시습은 세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번민 끝에 머리를 깎고, 납의(衲衣)를 입고 방랑의 길에 들어섰던 신분이었다. 서거정은 여섯 왕을 섬겨 45년간 조정에 봉사하였던 인물이다. 이처럼 서로의 신분과 지위는 달랐지만 차를 통한 김시습과 서거정의 끈끈한 우정과 소통을 느낄 수 있다. 차는 소통의 대명사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적인 측면에서 차는 따끈하게 연달아 마셔야 그 효능을 볼 수 있다. 차의 신체적 효능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질환인 순환장애를 따끈한 차가 소통시켜주기 때문이다. 암 역시 뜨거운 열기가 들어감으로 암세포를 사멸하거나 전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차의 성분들이 다양하게 작용하게 질병 예방과 치유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측면은 '명선(茗禪)', '다선일여(茶禪一如)',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이 있듯 차생활을 통해 명상을 유도하고, 자아성찰을 할 수 있으며 현대 문질문명으로 각박해진 정서함양과 내면의 치유를 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요즘 정부에서 열풍처럼 일어나는 할랄식품 등등을 대하니 우리에게 이미 가지고 있는 할랄식품은 힐링식품으로 차이다. 이는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할랄식품으로 차가 빠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할랄식품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하기보단 우리의 힐링문화가 바로 서길 바란다.


염숙 조선대 국제차문화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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