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환자, 삶의 질 고려한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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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심방세동' 환자, 삶의 질 고려한 치료 필요
  • 입력 : 2015. 05.29(금) 00:00

"계속 피 검사를 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약은 없나요?"

60대 남성 심방세동 환자가 치료 중에 건넨 질문이다. 심방세동은 전체 뇌졸중 원인의 20%를 차지하는 심장 부정맥이다. 뇌졸중 위험이 높은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예방을 위해 피가 응고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와파린'이라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멀리 섬에 거주하고 있던 이 환자는 심방세동 치료를 위해 와파린을 복용하며 치료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1~2달에 한번씩 배를 타고 종합병원에 내원해야만 했다. 비교적 의료시설이 풍족하지 않은 도서지역은 와파린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혈액 검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와파린은 오랫동안 많은 환자들에게 처방된 만큼 효과가 좋은 치료제이지만, 복용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효과 측정을 위해 잦은 혈액 검사를 통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와파린을 복용하는 많은 환자들이 불편을 표하지만, 안타깝게도 현 시점에서는 보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혈액 검사 없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신약을 처방해드릴 수 없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와파린은 적정한 항응고 효과를 맞추기 위해 혈액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 와파린 용량을 계속 변화시켜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비타민K가 많은 음식이나 다른 약물 등 환경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아 환자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많다. 특히 가장 위험한 부작용은 출혈로 다리나 팔, 주요 근육에 발생하게 되면 한 동안 그 부위를 사용하기가 힘들어 그에 따른 극심한 고통과 불편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최근 몇년 사이, 와파린이 등장한 지 60년 만에 새로운 항응고제인 '아픽사반', '다비가트란', '리바록사반' 등 신약이 개발됐다. 신약은 효과와 안전성 모두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나 미국심장학회ㆍ뇌졸중학회ㆍ유럽심장학회 등 전세계적으로 권고되고 있는 추세이다.

신약들은 이런 와파린의 단점이나 부작용 없이 와파린과 동등한 치료 효과를 가지면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미 유럽, 미국 등 많은 나라와 아시아권에서도 신약이 와파린 보다 먼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와파린 약값이 싸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와파린을 일차적으로 처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신약의 경우, 와파린을 일정 기간 사용하고도 효과가 없는 환자에게만 의료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이때 조건과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워 실제 충족하기가 어렵다.

환자들의 삶의 질을 고려한 의료진의 처방은 중요하다. 이런 환자들에게 최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제한적인 급여 환경 때문에 차선의 처방을 내리면서 현장에서 느끼는 안타까움은 실로 크다.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2위로, 한번 발병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웬만한 질환은 예방하거나 치료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좋은 치료제가 많은 환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지 않고, 적절한 치료로 보다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길 바란다.

이기홍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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