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학가에선] 모피? 동물들을 생각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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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지금 대학가에선] 모피? 동물들을 생각해봐
  • 입력 : 2015. 11.11(수) 00:00
겨울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몰고온 거리의 붕어빵과 어묵냄새가 그렇다. 점점 더 찬 날씨에 목에 두를 것과 조금 더 두툼한 옷을 찾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옷은 많지만 입을 옷은 없는 우리의 옷장을 탓하며 거리를 나서 보았다.

거리의 많은 쇼윈도에 보슬보슬한 털 스웨터와 니트들이 보인다. 앙고라, 캐시미어, 구스다운의 것들이다. 보여지는 감촉과 느껴지는 감촉 모두가 다 따뜻한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색도, 디자인도 다 다른 것들처럼 보이지만 여러 쇼윈도는 비슷한 옷들을 앞다투어 보여준다.

특히, 앙고라는 어떠한가? 도톰하고 부드러운, 게다가 따뜻한 앙고라는 겨울의 전유물이 아닐까? 몽글몽글하게 흩날리는 앙고라는 가을, 겨울마다 없어서 혹은 비싸서 사지 못하는 스테디셀러로 뭇여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나 또한, 앙고라를 참 좋아했었다. 입었을 때의 부드러운 감촉도 좋았지만 진짜 토끼털이니 따뜻함도 배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전 살아있는 앙고라토끼의 털을 손으로 마구 뽑아대는 잔혹한 장면을 보았다. 장면이 계속해 이어지는데 그 잔혹함이 배가 되어 커져갔다. 이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동물 학대 방지에 대한 인간들의 무관심과 무지를 경고하는 듯 했다.

한 움큼의 털이 뽑혀나간 자리엔 분홍빛의 살이 그대로 보여 졌다. 간혹 피가 맺힌 곳도 있었고 털이 뽑힐 때마다 들리는 토끼의 비명과 울음은 그 '앙고라'털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비단 앙고라토끼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여 지지 않은, 드러나지 않은 털 채취과정에서의 학대야 얼마나 많으며 정도가 심하겠는가. 혹 어떤 이는 말할 수 있다. 고기를 먹으면서 가죽 부츠를 신고 구두를 신으면서 동물학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 않느냐고.

입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안 입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아이러니 속에서 최소한 사람다운,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자는 것이다. 동물의 털을 사용하되 잔혹행위와는 거리가 먼 윤리적인 방법들도 있다. 로로 피아나는 비쿠냐의 털을 채취하기 위해 나무 덩굴을 이용해 지나가면서 흘려지는 털만을 사용한다. 또 오리와 거위의 깃털 없인 힘든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역시 자체 검열을 통해 깃털을 사용한다고 한다.

조금 더 똑똑하게 알고 입자. 그리고 그들을 외면하지 않은 채 조금 더 따뜻이, 당당히 입자. 이 추운 겨울, 그들과 우리 모두가 더 따뜻할 수 있도록 말이다.

김나영 대학생 기자ㅣ조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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