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태안사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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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여름날 태안사의 비극
  • 입력 : 2016. 08.03(수) 00:00

1950년 7월 29일. 그날도 요즘처럼 무더웠을 것이다. 6ㆍ25 전쟁이 발발한 후 지역을 사수하기 위해 경찰을 중심으로 구성된 곡성 유격대는 한정일 서장의 지휘 아래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압록교 부근에서 매복을 하고 있었다. 인민군 603 기갑연대가 순천에서 17번 국도를 따라 북상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인민군들이 탄 트럭이 마침내 나타났다. 매복하고 있던 유격대의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느닷없이 복병을 만난 인민군들은 혼비백산했다.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 전투에서 곡성 경찰은 아군의 큰 피해 없이 인민군 52명 사살, 3명 생포, 트럭 4대, 사이카 5대, 소총 70정 등을 노획하는 전과를 올렸다. 변변한 무기도 없던 경찰 유격대가 인민군 정규군을 섬멸한 이 전투는 당시 신문 호외를 통해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곡성 경찰의 유격대는 태안사에 본부를 두고 있었다. 큰 피해를 입은 인민군이 당하고만 있을 리는 만무했다. 일주일여가 지난 8월 6일 새벽 6시 인민군은 태안사를 포위하고 기습 공격을 한다. 압록교에서 당한데 대한 분풀이 보복이었다.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남제평 경감을 비롯해 48명의 경찰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먼저 매복 공격을 하지 않았더라면 보복을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마을 앞을 지나가는 인민군을 그대로 보내기에는 유격대의 사명감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태안사 경내에는 순직 경찰관 48명을 기리기 위한 충혼탑이 1984년에 건립됐다. 이곳에서는 매년 8월 6일 위령제가 열린다. 20년 전인 1996년 위령제에는 당시 신한국당 강성재 국회의원과 국민회의 정동채 국회의원이 나란히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 전 의원은 서울이 지역구였지만 순천이 고향이다. 정 전 의원의 부친인 정순석 경감은 당시에 곡성경찰서 부서장, 강 전 의원의 부친인 강근열 경위는 지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유격대에도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이번 주말인 6일 태안사 충혼탑에서는 전몰 경찰 66주기 위령제가 열린다. 그 분들의 넋을 기리면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 땅에서 그 같은 비극이 또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동족끼리 서로 쏘고 찌르는 피의 보복은 6ㆍ25 전쟁 하나로 그쳐야 한다.

박상수 논설실장 ss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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