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보홀에 전파된 광주의 '나눔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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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필리핀 보홀에 전파된 광주의 '나눔 바이러스'
광주 공동체, 주민 1500여명 진료 '사랑의 인술' 펼쳐
학교 보수ㆍ미용ㆍ방역 등… 자매결연 맺어 정기 봉사
  • 입력 : 2016. 08.29(월) 00:00
필리핀 보홀섬에서 해외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사)광주공동체(이사장 허정, 상임대표 문상필) 회원들이 26일 (현지시간) 지진피해 지역에서 방역을 하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회
"한 명이라도 더…"

(사)광주공동체 해외봉사단 의료진이 필리핀 보홀 바클라욘 시 바랑가이 마을의 에버그린 월드미션센터에 무료진료소를 차린 지난 25일. 첫 날부터 700여명의 주민들이 밀려 들어왔다.

현지의 열악한 의료환경과 시설 탓에 광주에서 온 의료진은 그들에겐 고마운 '선물'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의료사각지대에 살고 있다. 보홀섬 의료기관에서 한 번 진료하는 데 비용은 300페소(한화 7500원). 하루 벌어서 하루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이 기껏 버는 돈은 250페소다. 주민들은 비싼 의료진료비 때문에 병ㆍ의원 문턱을 넘나들 수 없다.

이런 이유에서 3시간을 걸어서 진료 캠프를 찾는 주민도 많았다. 바용마을 주민인 시아(17ㆍ여)양은 이날 한국 의사들이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동생 2명과 함께 진료캠프를 찾았다. 그녀는 며칠동안 치아가 아파서 밥을 잘 먹지 못하고 짜증을 내곤 했다. 치과 진료를 통해 충치를 제거한 그녀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치과와 소아과 진료를 마친 두 여동생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경쾌해 보였다.

국경을 넘어 인술을 펼치러 온 의료진들은 필리핀의 열악한 의료서비스를 절감하며 이틀동안 몰려든 1500여 명의 환자들 틈에서 쉴새없이 진료에 매달렸다. 화장실 갈 틈조차 없을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의료진은 진료캠프 뿐만 아니라 자동차로 15분 거리쯤 떨어진 다위스 바자오 수상가옥과 1시간여 거리인 로온 지진피해지역에도 임시진료소를 설치해 진료활동을 펼쳤다.

전성현 의료단장은 "필리핀 보홀섬의 의료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아주 간단한 약 처방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데도, 의료 기관을 쉽게 찾지 못하면서 병을 키우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의료진 이외에도 방역과 이ㆍ미용, 학교 개보수팀을 담당한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현지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학교 개보수팀은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 속에 기와논 초등학교 지붕 보수와 페인트칠, 배구장 설치 등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방역팀은 바랑가이 마을과 해빗타트 마을, 바자오 수상가옥, 로온 지진피해지역, 기와논 초교, 가바완 초교 등을 찾아다니며 방역 작업을 통해 뎅기열의 매개체인 모기 유충 박멸에 힘썼다.

이ㆍ미용팀은 이틀간 150여명의 주민들의 머리를 스타일리시하게 만들었고, 레크리에이션팀은 아이들을 위해 풍선아트와 네일아트, 구강교육, 한글교육 등을 담당했다.

사진촬영팀은 가족사진을 찍어 선물했다.

광주공동체는 봉사활동지역 주민들에게 의약품과 휠체어, 목발, 치약ㆍ칫솔 등 구강용품, 의류, 신발, 학용품, 안경, 운동용품 등 4톤 가량의 물품도 전달했다.

광주공동체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봉사에 감동받은 가나완 초교학생들은 태극기를 들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진료캠프가 차려진 바랑가이 마을이장 이츄베 줄라곤(65ㆍ여)씨는 "열악한 환경과 시설에도 정성을 다해 의료봉사활동을 펼친 한국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이번 진료활동이 현지 주민들의 건강과 공중 위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광주공동체는 현지민들의 요구에 따라 필피핀 보홀 바클라욘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한 차례씩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문상필 광주공동체 상임대표는 "나눔을 통해 광주공동체 정신을 필리핀 주민에 알리고 열악한 환경의 지진피해지역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 매년 필리핀의 빈민촌을 찾아 이들을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보홀=최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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