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 각도를 달리 보랑께요"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마실이야기
"손님맞이, 각도를 달리 보랑께요"
지역관광콘테츠 '관광두레'
  • 입력 : 2016. 09.30(금) 00:00
여수 관광두레 '동고지명품마을' 사람들이 어가식당 앞에 한데 모였다.
관광상품에 지역특성이나 독창성이 없다면 어떻게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겠는가. 옛날 우리에게는 두레를 중심으로 마을마다 축제가 있었고 이웃동네와 같이 놀이를 하거나 경기를 갖기도 했다.

이제 새로운 형태의 지역사업인 '관광두레'가 활기를 띠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3년 8월부터 추친 중인 관광두레는 주민들이 리더격인 'PD'를 중심으로 숙박, 음식, 기념품, 여행 알선 등의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관광사업을 경영해 지역 일자리와 소득을 직접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관광두레사업은 문체부가 사업의 기본 계획과 재정지원을 맡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사업을 주관해 지역 진단 컨설팅 및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지자체는 홍보와 행정업무를 지원한다.

이 사업 시행 3년째인 올해 147개 주민사업체 중 24곳이 매장을 열거나 고정 매출을 올리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4개 주민사업체의 올해 6~8월 월평균 매출은 4599만원이다. 월평균 방문객은 5093명으로 집계됐다. 사업체별로 평균 10개 안팎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여행업, 레스토랑, 카페, 숙박, 레저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이 진행된다. 지역 주민들이 진행하는 관광 비즈니스인 만큼 지역다움이 잘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관광두레의 대표적인 곳의 하나는 남해 독일마을. 독일교포 출신 등 20여명이 2013년 마을기업을 만들었고, 2015년 관광두레로 선정됐다. 독일마을 관광두레에서는 독일식 수제 소시지와 맥주를 만들어 관광객에게 판매한다.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땅속에 숙성 된 독일맥주는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마을 홍보와 수익 창출을 위해 매년 10월 독일마을에선 맥주축제도 연다. 소시지와 맥주 판매로 연 매출 5억원의 소득을 올리는데, 순이익은 20~3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관광개발사업이 행정 주도, 시설 중심이었다면, 관광두레는 지역주민의 자발적ㆍ주도적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하되 관광객의 요구에 부합한 관광 사업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관광'이라는 비즈니스와 '두레'라는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를 결합한 것이다. 주민공동체가 경영하는 관광사업체 간 두레(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경쟁력을 높여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바야흐로 주민이 만드는 관광콘텐츠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원도심 문화 바꿔가는 '여수 1923'

관광두레가 활기를 띠는 곳이 여수이다. 여수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수ㆍ레인보우협동조합'은 여수 원도심에 맛집 '여수1923'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이 맛보고 싶어 하는 돌산 갓김치, 간장게장 등 여수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을 메뉴로 관광객에 제공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여수정식, 동정정식 등 4가지 메뉴를 개발했다.

식당 내부에는 여수 근대화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현재 다문화 이주여성 3명과 지역민 1명에게 고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월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수관광두레 정태균 PD는 "여수, 기억의 원형을 남기고, 여수신항 개항으로 지역의 흐름이 빠르게 변화된 1923년을 주목하여 착안해 '여수 1923'란 이름으로 지역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밝혔다.

디스커버리 인 여수

여수의 섬과 연안, 원도심에서 움직이고 있는 관광두레 육성조직을 든든히 이끌고 지원하는 '디스커버리 인 여수(DISCOVERY IN YEOSU)'가 있다. 여수 주민주도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자원조사ㆍ기획과 코스를 디자인하고,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관광두레이다.

비렁길 생태탐방로로 유명해진 금오도에는 마을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영농조합법인 버들인'을 결성해 폐교를 리모델링한 캠핑장을 시작했다. 금오도와 다리로 연결된 안도에는 국립공원 명품마을의 생태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해 어가펜션, 어가민박, 어가식당 등을 주식회사로 경영하고 있는 '동고지 명품마을주식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전복과 막걸리가 유명한 개도는 주말에 만나는 섬마을 사람들을 주제로 농어촌 휴양마을과 개도사람길로 이름붙인 생태탐방로가 각광받고 있다.

정태균 PD는 "여수관광두레의 핵심은 미래의 고향 만들기이다. 시대와 공간의 연결을 통해 미래세대에게 전할 곳간 같은 곳이 여수면 좋겠다. 두레나 품앗이 형태는 과거부터 해왔던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두레는 지역사회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방문객은 밀려드는데 일부 식당이나 숙박업소만 이득을 가져가는 구조에서 지역상황에 맞게 차츰 공존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곡성 '밥cafe, 飯하다'

곡성에 위치한 '밥까페 반하다'는 발아현미 생산업체인 미실란과 공동으로 관광두레주민사업체의 꿈을 키우고 있다. 미실란의 공간 일부를 리모델링해 발아현미와 곡성지역의 로컬 재료, 친환경 재료 등을 가지고 밥이 주인공인 밥상을 차려낸다.

밥집이 아닌 밥cafe인 이유는 단순히 밥만 먹고 떠나는 식당이 아닌, 생태와 사람과 문화가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하여 지역의 가치와 지역민의 삶의 질에 기여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옹가솜씨의 옹수민 셰프와 함께 레시피를 개발해 지난해 말 정식 오픈한 후 월평균 200~300명이 넘는 방문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곡성관광두레 홍수진 PD는 "주민사업체 하나의 성공이 지역에 미치는 유무형적 성과에 주목하며, 관광두레사업은 진정한 지역기반형 사업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곡성 '수다밥상'

관광두레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지역역량강화이다. 관광두레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꿰는 사람의 역량이 상품의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관광두레사업은 다른 정책사업보다도 사람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그 역량은 곧 지역사회의 공동체성과 지역관광 콘텐츠의 강화로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콘텐츠는 관광비즈니스의 핵심이며, 남도의 구석구석에도 사뭇 좋은 관광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이 상당하다. 이와 같은 지역관광 콘텐츠를 지역관광 상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관광두레'이다.

지역관광의 경쟁력 강화는 지역사회와 연계정도에 달려 있고 이를 위해선 지역의 참신하고 다양한 관광콘텐츠가 관광두레사업으로 이어져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주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부터 30일까지 관광두레사업 관계자들 간 네트워크 구축하고 관광두레사업의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2016 관광두레 전국대회'가 개최되어, 주민사업체들은 이에 참가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전남도립대 호텔관광과 교수
박창규의 마실이야기
마실이야기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