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조직 증거 없애려 심장마비 男 70분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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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성매매 조직 증거 없애려 심장마비 男 70분간 방치
광주 오피스텔 성매수 남성 죽음 미스터리 1시간10분
성매매 女 "쓰러진 뒤 숨 헐떡거려"… 골든타임 놓쳐
오피스텔 7곳 성매매 물품 치우고 컴퓨터 본체 사라져
  • 입력 : 2016. 10.19(수) 00:00
광주지역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수를 한 30대 남성이 심장마비 증세로 갑자기 쓰러졌으나 '성매매 알선 조직'은 그를 1시간 넘게 방치하고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매수 남성은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8일 광주서부경찰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1시30분께 A(32)씨가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A씨는 카자흐스탄 여성과 성관계를 하고 몸을 씻은 뒤였다. 성매매 여성은 A씨가 목욕을 하던 사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들어와 A씨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성은 비명을 지르면서 오피스텔에서 뛰쳐 나왔으나 곧바로 성매매 업소의 남성 직원과 함께 다시 오피스텔 방 안으로 들어섰다.

여성은 남성 직원과 함께 오피스텔 내부로 들어간 뒤 10분 동안 나오지 않았다. 바깥으로 나온 그들의 손에는 콘돔과 젤 등 성매매 혐의를 입증할만한 물품이 들려있었다.

이후 '성매매 알선 조직'이 광주서부소방서로 출동 요청 신고를 한 시간은 16일 오전 2시40분. 119구급대원들은 곧바로 출동했으나 남성은 숨진 뒤였다. 문제는 숨진 남성의 사망추정 시간이 1시30분이라는 점. 더욱이 남성은 1시30분 이후에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최소 1시간10분 동안 남성이 방치돼 있는 동안 성매매 알선 조직은 범죄 은폐에 골몰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성매매 업주 오모(37)씨는 직원들과 약 1시간 동안 성매매를 하기 위해 빌린 오피스텔 7채를 오가며 성매매를 입증할 물품을 치웠다. 컴퓨터가 설치돼 있던 자리에는 모니터만 남겨져 있었고 본체는 사라졌다. 장부도 모두 없어졌다.

업주는 당시 근무를 하지 않고 있던 남성 직원 1명까지 오피스텔로 불러 증거 인멸을 했다. 당시 오피스텔에는 러시아 국적 성매매 여성 1명이 더 있었지만 증거와 함께 사라졌다.

그들은 1시간10분 동안 성매매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치웠고 오전 2시40분에 광주 서부소방서로 신고했다.

그들은 경찰에서 소방서로 신고한 오전 2시40분 A씨가 쓰러져 사망했다고 거짓 진술했다. 숨진 A씨를 실제 발견한 시각보다 1시간10분 뒤 확인했다고 입을 맞춘 뒤였다.

하지만 A씨의 죽음에서 감춰졌던 1시간10분은 오피스텔 복도에 관리용으로 설치된 CCTV와 카자흐스탄 여성의 진술에 남아 있었다.

오피스텔 관리를 위해 복도에 설치된 CCTV에 A씨를 확인하는 모습이 오전 1시30분께 기록됐다. 여성은 오피스텔 방으로 들어선 직후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이후 증거를 인멸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영상으로 녹화됐다.

업주와 직원들은 "오전 2시40분 남자가 쓰러졌다"고 주장하다 경찰이 영상자료를 제시하자 결국 한 직원이 "오전 1시30분께 A씨가 쓰러진 모습을 확인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오전 1시30분 발견 당시 술에 취해 진상을 부리는 줄 알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여성은 한국말을 전혀 몰랐다. 때문에 성매매 업주와 직원들은 여성에게 오전 2시40분께 남성이 쓰러졌다고 진술을 강요하지 못했다.

통역사와 함께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여성은 "오전 1시30분께 방에 들어설 당시 A씨가 숨을 헐떡이며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지난 17일 A씨의 부검 결과 드러난 사인은 심혈관 질환. 경찰은 A씨의 혈관이 80~90%가량 막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 오씨와 직원들 그리고 성매매 여성에 대해 성매매를 한 혐의(성매매특별법 위반)만 조사하고 있다. A씨 사망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직원들은 A씨에게 아무런 응급 및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창일 기자 cij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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