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 주민들 감염시킨 '아이들 활력 바이러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광주소식
온 마을 주민들 감염시킨 '아이들 활력 바이러스'
광주 마을교육공동체 현장을 가다 <12> 신가마을 행복어울림
아파트에 둘러 싸인 구도심
취약계층 많은 재개발 지역
빈 유휴지에 문화공간 만들어
남녀노소 구분없는 참여ㆍ소통
  • 입력 : 2016. 12.05(월) 00:00
지난달 28일 광주 광산구 신가동 마을교육공동체 '행복어울림'이 마을공동체 공간 '뚝딱똑딱 예술창고' 개관식을 가졌다. 광산구 제공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바꾼다.'

광산구 신가마을 교육공동체 '행복어울림'(대표 김기순)의 대원칙이다. 소외 지역으로 한때 정적이 감돌았던 신가마을은 어린이와 청소년, 주민들이 함께 형성한 공동체로 활력을 되찾았다. 행복은 이웃 간 어울림에 있다는 간명한 진실, 어른들은 정(情)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만들어갈 따뜻한 세상을 꿈꿨다.

신가마을은 아파트 밀집 지역 한 가운에 섬처럼 자리잡고 있다.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 이주민을 비롯한 취약계층 거주율이 높다. 자연스레 공ㆍ폐가가 늘고 인근 시장은 사라져 가는 추세. 주민들은 소외감과 무기력함으로 점철된 마을을 살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무엇보다 각종 복지사업의 증가로 아이들에 대한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게 염려스러웠다. 혜택은 달가웠지만 자칫 아이들의 능동성이 줄어들까 걱정됐다. 스스로를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걸 막고 싶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 간 소통을 늘릴 기회가 필요했다. 연결고리는 물론 마을의 아이들이었다. 비어있는 유휴지를 활용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방안을 떠올렸다. 아이들이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자 어른들이 머리를 맞댔다.

신가마을 소재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플랫폼 '마당집', 두루예술심리상담센터 등이 연계해 신가초등학교와 함께 신가도서관과 공원을 중심으로 마을 프로그램을 진행키로 했다. 모든 작업은 아이들의 참여가 핵심이었다. 자신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길 수 있다면 자존감과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리란 기대 때문이다.

마을을 알아가는 것은 이웃을 알아가는 일이다. 그 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행복어울림'이 맨 처음 추진한 '마을 지도 그리기'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시선에 비친 신가마을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인근 신가초등학교의 협조로 교과 시간 주민들은 4학년 학생 30여 명과 함께 마을 곳곳을 찾아다녔다.

공공기관과 상가, 누구의 집인지도 모를 번지 수만 적혀 있던 지도에 아이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친구들이 사는 집을 표시한 것. 참여 학생들은 "이렇게 가까이 친구가 살고 있는 지 몰랐다"며 눈을 반짝였다. 어른들은 이웃의 아이들을 알게 됐고, 마을은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났다.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일은 광산구 곳곳에 위치한 문화유산 탐방으로 이어졌다. 버스 투어를 통해 신창동 유적지, 장고분, 풍영정, 용아 박용철 생가, 윤상원 열사 생가, 무양서원ㆍ월봉서원 등을 잇는 탐방 코스를 만들었다. 특히 서원에서는 도포와 갓을 쓰고 선비의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큰 호응을 얻었다.

마을의 아이들을 어엿한 성인으로 만드는 것도 어른들의 역할이다. 중학교로 진학할 6학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로 교육을 진행한 이유. 신가마을 소재 5개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소외계층 아동들에게는 집단 심리상담도 추진했다.

'행복어울림'은 특히 아이들이 마음껏 소리지르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지난달 28일에는 마을공동체 공간인 '뚝딱똑딱 예술창고' 개관식을 가졌다. 비아농협과 협약을 통해 비어있는 공간을 공동체 거점 공간으로 꾸미게 된 것. 도서관과 회의실, 청소년 놀이공간을 갖췄다. 벌써부터 방과 후면 30여 명 마을 어린이들로 붐빈다.

마을 사람들은 향후 '예술창고' 등을 거점 삼아 북카페, 마을 영화관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는 마을 합창단과 마을 극단도 빼놓을 수 없다. 외부 문화예술강사들 대신 마을 주민 스스로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것도 바람 중 하나다.

주민이 주민을 가르치는 마을,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웃는 마을이야말로 '행복어울림'의 핵심 목표다.

김정대 기자 jdkim@jnilbo.com
광주소식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