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길중 군수가 남긴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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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윤길중 군수가 남긴 일화
  • 입력 : 2017. 01.02(월) 00:00



일제 말기 윤길중이 나이 스물세 살에 조선총독부로부터 강진군수로 발령을 받고 그해 가을 꿀 반병으로 강진군 농지세징수를 대신했다는 미담이다.

나이 어린 사람이 군수로 발령이 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민들은 어린 나이에 게다가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첫 군수가 된 그가 일제앞잡이로 일본인경찰서장과 한 패가 돼 군민들을 괴롭힐 거라며 걱정을 했다.

그때 강진에서는 군수는 물론 일본인 경찰서장도 새로 부임하면 향교를 방문 유림들에게 인사를 했다. 유림들은 새로 부임한 군수가 인사차 향교를 방문하겠다는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군청 간부들도 군수에게 향교를 방문 유림들에게 인사는 물론 지역유지들에게 부임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군수는 향교방문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러자 유림들이 작심 군청으로 몰려갔다. 군수는 유림들이 군청을 찾아오자 반겼다. 그러나 군수와 유림들 관계가 냉랭했다. 그 얼마 뒤 가을이 되고 농지세징수기간이 됐다.

전라남도로부터 농지세 징수지시가 떨어졌다. 그 시대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 농지세를 납부하고 나면 식량이 부족 춘궁기를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춘궁기엔 남녀노소가 산과 들로 나아가 나물이며 나무껍질을 벗겨 배를 채우다 보리 수확을 하고서야 겨우 여름을 넘겼다.

때문에 농민들은 농지세를 가급적 납부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군청과 경찰서가 합동 강제징수를 했다. 그런데 웬 일인지 군수는 농지세 징수에 대해 남의 일처럼 독려하지 않았다. 담당과장의 보고에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도청으로부터 독촉을 받고도 무관심했다. 도내에서 징수실적이 최하위를 했다.

그러자 도지사가 군수를 호출했다. 호출을 받고 담당과장을 시켜 도지사에게 선물할 벌꿀을 준비하도록 했다. 당시는 벌꿀이 최고의 선물이었다.

지시를 받은 과장이 2리터 병에 꿀을 준비 군수에게 전했다. 군수가 과장에게 절반을 덜어 반병만 담아 오라고 했다. 꿀 반병이 담긴 병을 가지고 도지사를 방문했다.

"도지사님께 드리려고 준비해 온 벌꿀입니다. 이 벌꿀은 노환으로 계신 저의 부모님을 위해 제가 기른 벌통에서 채취한 것입니다. 금년 여름에 비가 많이 온 관계로 꽃이 좋지 않아 벌통 속에 꿀이 별로 없어 한 병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벌도 꽃이 없는 추운 겨울에 꿀을 먹고 살아야 내년에 또 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벌이 굶어 죽지 않을 만큼 남겨놓고 채취하다보니 한 병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일본인 도지사는 윤군수가 벌꿀 반병을 가지고 온 의미를 알아차리고 군수 등을 다독이며 "당신이야 말로 명군수다." 그리고 되레 칭찬을 했다는 그래서 강진군민은 그해 농지세 출하를 걱정하지 않고 또 춘궁기를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 해 이후 인근 각지에 강진이 살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어느 시대나 공직자는 맡은바 소임을 충실히 실천하되 어떻게 해야 국가에 누를 끼치지 않으면서 국민을 편하게, 보다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적합한 행정을 수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윤길중 군수와 같은 지혜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사건을 보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그 주변사람 다수가 비선실세라는 최순실에 가세 국정을 농단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들은 인간의 참 모습을 숨기고 권력의 주변에서 추한 행태를 보였다. 그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 인간에게는 권력보다도, 재물보다도 됨됨이가 더 소중함을 알아야한다. 인간이 있고 권력도 재물도 있는 법이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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