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기울이면 보이는 도시의 '소리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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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제3의 문화이야기
귀기울이면 보이는 도시의 '소리풍경'
문화중심도시의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ㆍ소리풍경ㆍ 音風景)
장용석의 제3의 문화이야기
  • 입력 : 2017. 01.13(금) 00:00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거리공연 장면. 필자 제공
70년대 이후 도시 환경디자인적 관점서 시작
공공 장소 시각중심ㆍ청각 요소 '음풍경' 도입
사운드스케이프 좋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
"문화도시 광주, 소리풍경 권리와 자유 누려야"


'소리'(Sound, 音)의 물리학적 정의는‘물체의 진동에 의하여 사람이나 동물의 귀에 전달되어 청각 작용을 일으키는 공기의 파동’이다.

즉, 공기의 파동(Wave)의해 우리 귀에 도달하여 뇌로부터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데, 그것을 우리는 '공감'(共感, Sympathy)이라고 하거나 감동(感動)이라고 얘기한다.

소리가 비로소 음악(音樂, Music)이 되는 순간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무음(無音)도 파동이 없는 소리라고 얘기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소리가 존재한다. 사실 모든 일상이 소리에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리(音)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에게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소리는 머리를 맑게 해주거나 행복한 기분을 제공하지만, 때론 불쾌함과 짜증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소음'(Noise)이다.



소리(Sound, 音)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전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공감하며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모든 소리가 '음악‘(Music)이 되지 않듯이 모든 음악이 공감을 주진 않는다.

음악이 오묘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소리는 같은 음(音)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의해 또는 개인차에 의해 서로 다른 기능과 역할,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들리는 소리뿐만 아니라 마음속의 소리, 기억속의 소리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소리'(音)는 그 자체로서 환경적이며 인간적이다.



'Soundscape'(소리풍경, 音風景)이라는 말은, Sound(소리, 音) + Scape(배경, 풍경)이 합해진 복합어이다.

이 개념은 60년대말 머레이 쉐퍼(R.Murray Schafer)에 의해 제창되었으며 조경을 의미하는 'landscape'(풍경)에서 원용하여 만들어졌다.

처음엔 음풍경(Soundscape) 전체를 작품으로 보자는 의미로 출발하였으나, 인간과 공간과 소리의 조화를 추구하고, 특별한 음공간의 형성과 창조를 내포한 의미로 발전하였다.

Soundscape에 대한 관점은 70년대 이후, 소리를 도시를 만드는 환경 디자인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도시에서 소음의 규제가 시작되었고,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소리들을 없애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더 나아가 보존하고 싶은 소리들을 활성화시키고 부활시키는 작업이 병행되었다.

공공의 장소에, 시각 중심에서 청각과 같은 부드러운 요소가 도시 디자인에 도입되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환경디자인 영역에 혹은 도시 디자인 영역에 음 풍경(Soundscape)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했던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음풍경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른 의미로 변형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과거 새우젓 장수소리는, 요즘엔 계란장수의 녹음기 확성기 소리로 대체되었듯 말이다. 해서 사운드 디자인은 시대적, 지역적 차이를 고려해야만 한다.

최근엔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중요한 것으로 사운 드 디자인 영역이 더욱 중시되고 있고 적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소리의 문화적 측면을 중시하고 Soundscape라는 사고법을 바탕으로 하여, 소리와 시각적 경관의 조화를 꾀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소리의 관점에서 지역문화개발을 하는 도시들이 매우 많아졌는데, 일본의 후쿠오카, 영국의 리버풀 등은 그 대표적인 도시이다.

물론 그 도시들은 소리풍경뿐만 아니라 음악도시로서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Soundscape(音風景, 소리풍경)라는 사고법은 사회 시스템안에서 소리 환경디자인을 창출하자 라는 슬로건이자 공공 장소에서의 소리 환경 디자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쉽게 얘기하자면, 소리(音, sound)의 공공성(公共性)에 대한 얘기이다.

소리에도 인권이 있고문화가 있으며, 사회성이 담겨있다는 Soundscape(音風景, 소리풍경)의 사상은, 도시 자체가 음풍경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그럼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음풍경은 어떨까? 그리고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광주의 Soundscape(소리풍경, 音風景)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까?



필자는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에서 일을 한 바 있다.

당시 아시아문화전당에서의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인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지만 당시에내 얘기에 대해 어느 누구도 관심있게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생각컨대 내 주장의 이론적 토대가 빈약했거나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 능력의 소치일수도 있겠지만, 사운드스케이프(音風景, 소리풍경)의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가치와 의미, 중요성을 우리 사회와 지역 커뮤니티가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디자인, 혹은 도심 재생을 주창하는 분들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것, 보이는 디자인과 Landscape적인 것을 강조하지만 사운드스케이프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을 별로 보지 못했다.

사실 우리 주변에 제대로 사운드스케이프가 구현된 곳이 몇 곳이나 있던가. 문화도시 광주의 명소라고 불리우는 곳들 - 아시아문화전당, 빛고을시민문화관, 비엔날레, 시청 광장, 새롭게 단장한 관광형 시장들 - 대부분 사운드스케이프의 사회적 공공성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곳은 드물어 안타깝다.

반드시 그곳들이 시민들에게 사운드스케이프의 제대로 된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중앙역(中央驛)인 아토차 역(Estaci?n de Atocha)은 마치 밀림의 식물원을 방불하듯 역 내부는 웅장한 나무와 다양한 식물들로 꾸며져 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새소리가 흘러나온다. 스페인 곳곳의 다양한 새소리를 담아 역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들려준다.

새소리는 여행의 피로로 고단한 사람들을 위무하듯이 잔잔하게 역 내부에 스며든다.

그 소리는 마드리드 시민뿐만 아니라 그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짧은 힐링과 휴식을 제공해준다.

마드리드 아토차역을 생각할때마다 그 도시의 사람에 대한 배려와 소리의 공공성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문득 깨닫게 된다.

아직 사운드스케이프 개념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리의 공공성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다소 생뚱맞을수도 있거나 시기상조일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운드 스케이프가 좋은 도시에 사람이 온다는 것이며, 사운드스케이프가 좋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사실이다.

문화중심도시 광주는 정말 살기 좋은 도시인가?



전남음악창작소 소장 장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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