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엄마, 나라면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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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치매에 걸린 엄마, 나라면 어떻게 할까"
컬처현장-연극 '부탁해 엄마'
'치매'ㆍ'가족' 소재… 객석 공감 이끌어
엄마ㆍ아들 현실 반영한 대사ㆍ독백 눈길
  • 입력 : 2017. 01.17(화) 00:00
치매를 소재로 한 감성연극 '부탁해 엄마'가 유ㆍ스퀘어 문화관 동산아트홀에서 내달 19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사진은 '부탁해 엄마'의 공연 모습. ART9사무국 제공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 상황에 직접 처하게 되면 끝까지 안고 갈 수 있을지…." 연극이 끝난 뒤에도 눈시울이 붉어진 채 무대를 바라보던 관객이 말했다.

조명이 켜지고 배우들의 커튼콜도 마무리됐지만 몇몇 관객은 아직 작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다.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느낌을 갖게 됐다.", "막이 내려갔어도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없었다." 유ㆍ스퀘어 문화관 동산아트홀에서 '부탁해 엄마' 관람을 마친 관객들의 반응이다.

연극 '부탁해 엄마'는 치매에 걸린 엄마와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철부지 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에 출연하는 배우는 단 4명. 배우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때론 의사로, 친구로 등장하며 1인 다역을 맡았지만, 어색함 없이 역할을 소화했다.

1980년대를 풍미한 신나는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당시 복장을 한 남자배우들이 사투리로 연극 진행 중에 지켜야 할 에티켓을 설명하면서 극은 시작됐다.

초반엔 객석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장면이 많아 코미디 연극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흔히 '공돌이'라 불리며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 2명이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들에게 서울대 법학과 학생이라고 소개하고, 유명 가수와 잘 아는 사이라며 능청스럽게 작업을 거는 등 재밌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춤을 잘 못춘다던 여자들은 음악이 나오자 화려한 몸놀림으로 반전 매력을 뽐내 관객들의 환호를 얻었다.

연극은 엄마가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리는 과거와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들과 함께 사는 현재를 번갈아가며 보여줬다. 아들이 엄마의 치매 증상을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으면서 극의 분위기는 급변한다. 엄마의 건망증이 치매 초기 증상이라는 것, 자신을 가끔 못 알아보고 아버지로 혼동한 것, 평소엔 자신의 애교에 그냥 넘어갔던 일에도 화를 내며 나가서 살라고 소리치는 엄마의 모습 등이 스쳐 지나가지만 여전히 아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왜 자신을 못 알아보느냐'며 화를 내고, 문을 잠근 뒤 엄마를 방치한 채 소개팅에 나가는 철 없는 짓도 벌인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엄마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치매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병을 함께 이겨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아들이 힘들어 할까 봐 나가라고 소리치는 엄마, '엄마를 버릴까'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며 힘들어하는 아들의 고백에 이르러 극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관객들은 우리의 현실이 반영된 '치매'와 '가족'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 엄마의 잔소리, 웃음소리 등이 가득했던 집이 적막감으로 가득찬 극 후반부에는 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백정원(31ㆍ여)씨는 "오랜만에 시간을 내서 엄마와 연극을 봤는데, 공감도 많이 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면서 "앞으로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탁해 엄마'는 수익 극대화와 관객 확보를 위해 한 공연장에서 시간대를 달리해 두 가지 공연을 펼치는 새로운 시도로도 눈길을 끌었다. 낮 시간에 진행되는 가족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조명과 큰 소품 등을 그대로 활용하는 한편 집, 지인의 직장, 카페, 나이트클럽, 영화관, 버스 정류장 등의 배경을 접이식 벽, 커텐 등으로 꾸며 다양한 무대연출을 선보였다.

연극 '부탁해 엄마'는 내달 19일까지 유ㆍ스퀘어 문화관 동산아트홀에서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3시에 공연되며 월요일은 공연이 없다. 티켓 가격은 전석 3만원이며, 기타 자세한 내용은 ART9사무국(062-351-1433)으로 문의하면 된다.

강송희 기자 shka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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